[6·4 지방선거 D-12] 세월호 참사가 바꿔놓은 선거운동
90도 인사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2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에서 선거 운동원들이 시민들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유세 대신 조용하게 ‘얼굴 알리기’
22일 오후 2시 반 서울 서초구 지하철 2호선 방배역 3번 출구 앞. 곽세현 새정치민주연합 서초구청장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시민들 앞에 섰다. 기호 2번이 적힌 파란 띠를 두르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악수를 건네는 모습은 여느 선거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후보 주변에 선 운동원들의 가슴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유세 때마다 등장하는 확성기와 마이크, 요란한 음악소리와 단체 율동도 사라진 상태였다.
“예전처럼 음악 틀고 율동하는 선거운동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발로 뛰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양창호 새누리당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녔다. 기자가 지켜본 한 시간 동안 지역구 내 장애인시설과 노인정, 시장 등 세 군데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기호 1번입니다”를 크게 외쳤다. 조길형 새정치민주연합 영등포구청장 후보도 오전 7시와 오후 6시 지하철역 출퇴근 시민들에게 인사하는 것 외엔 하루 종일 시장과 지역구를 다니는 데 시간을 쏟았다. 조 후보 측은 “세를 과시하며 함성을 지르거나 하는 선거운동은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로를 다니며 쩌렁쩌렁하게 ‘기호 몇 번’을 외치는 유세차량의 수도 확 줄었다. 각 후보의 얼굴과 기호, 구호가 인쇄된 유세차량은 지하철 입구 앞이나 대로변에 세워는 놨지만 구호를 외치는 사람이나 확성기 없이 간판 역할만 할 뿐이었다.
○ 은밀하고 교묘해진 불법 선거운동
차분한 오프라인(현장) 선거운동과 달리 온라인 선거운동은 과열 분위기다. 세월호 참사로 우리 사회 전체가 침울한 상황이어서 오프라인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날부터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등 불법·탈법 선거운동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안부를 비롯해 특수부 형사부 인력까지 투입해 공무원 선거 개입, 금품선거, 특히 SNS,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한 흑색선전을 대대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