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지하철역 청소하고 강북票心 집중공략
00:30 동대문 쇼핑몰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2일 새벽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가 동대문 유어스 쇼핑몰을 찾아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청구동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구청장 후보 출정식.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를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전부터 목이 잠겨 기침을 자주 하고 있는 정 후보는 연신 물을 마셔가면서 “박 시장은 되도록이면 일을 안 하는 시장이고, 저는 가능한 한 일을 하는 시장이 되겠다”며 “한마디로 (국가관이) 위험하고 (행정가로서) 무능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 후보는 1시간 전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필승 의지를 다졌다. 상인들은 정 후보가 나타나자 ‘멋지다’ ‘파이팅’ 등의 격려를 하며 떡과 젓갈 등을 먹여줬고, 시민들도 정 후보를 불러 막걸리를 따라줬다. 정 후보도 상점에서 햇밤, 떡 등을 사며 상인들을 격려했다.
오후에는 주로 시장을 돌며 상인들과 스킨십을 쌓았다. 낮 12시에는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일부 상인의 사인 요청에 ‘성공하세요’ ‘대박나세요’ 등의 글을 남겼다. 점심도 순댓국으로 해결했다. 오전에는 ‘안전’과 ‘개발’ 행보에 주력했다. 우선 이날 0시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2번 출구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재선(再選)에 도전하는 새정치연합 박 후보의 재임 기간 서울 지하철 공기 질이 나빠졌다는 자신의 공격 포인트를 부각하기 위한 포석이다.
실제 잠시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지지를 호소한 정 후보는 오전 1시 반에는 지하철 6호선 청구역을 찾아 안전 헬멧과 야광 조끼를 입고 지하철 선로(線路)와 바닥을 물로 청소했다. 30분가량 물청소 작업을 마친 정 후보는 물을 들이켠 뒤 “지하철 공기 질은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첫 번째 숙제”라고 강조했다.
오전 9시에는 용산구 이촌2동 시범·중산아파트 앞을 찾았다. 유세용 승합차에서 내린 정 의원은 “잘 잤느냐”는 질문에 “아휴, 몇 시간 못 잤죠!”라며 웃으면서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1시간 뒤에는 곧바로 재개발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용산구 한남 뉴타운 3구역 현장과 조합사무실을 방문했고, 오전 11시에는 안전진단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성산대교를 점검하는 등 ‘안전 시장’ 행보를 이어갔다.
정 후보는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오후 5시 반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앞을 찾았다. 그는 “한마디로 (박 시장의 재임 기간인) 지난 3년은 잃어버린 3년”이라며 “잃어버린 7년이 되면 서울은 가라앉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오후 8시 한 방송국에서 라디오 연설 녹화를 마친 뒤 숨 가빴던 하루 일정을 마감했다.
01:30 가락 수산시장 22일 새벽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가 송파구 가락시장을 찾아 양손에 생선을 들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후 0시 17분 지하철을 타고 성수역으로 이동했다. 서울대입구행 지하철 6-3 객차였다. 사고를 수습한 뒤 이용했던 바로 그 열차였다. 당시 그는 성수역까지 지하철 운행 상황을 점검한 뒤 지하철을 타고 시청으로 돌아갔다. 지하철 내에서 늦은 퇴근을 하는 시민들과 만나 대화를 이어나갔다. 박 후보는 “시민들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작은 사고도 없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3시간 반가량 잠을 자고 찾은 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이었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 강남역 1번 출구에 홀로 서서 출근 인사를 했다. 세월호 참사로 ‘조용한 선거’를 약속한 대로 유세차나 확성기는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걸으며 시민들을 만났고, 사진을 함께 찍자고 요청하면 곧장 활짝 웃으면서 포즈를 취했다.
점심 유세는 파격적이었다.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선릉역 먹자골목을 누볐다. 후보가 배낭을 메고 골목을 누빈다는 뜻의 ‘원순 씨 배낭 프로젝트’에서 따온 것이다. 박 후보는 만나는 시민들마다 손을 잡고 “불편한 게 없느냐. 힘내라” “서울은 저에게 맡겨 달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한 식당 앞에선 상인과 같이 홍보 피켓을 들고 “요즘 식당도 잘 안되는데 식당도 살립시다”라고 외쳐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날 강남 지역을 겨냥한 대규모 개발공약도 발표했다. 코엑스∼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국제업무·MICE(회의 관광 컨벤션 전시회)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영동권역 종합발전계획’이다. 박 후보는 “영동권역 개발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달리 서울시의 큰 재정 투자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이 열세인 강남권에서 의미 있는 득표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박 후보는 개발에 관심이 없다”는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 측의 공세를 초반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점심시간 무렵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앞에서 주민들에게 “선거 기간에는 새정치연합 서울시장 후보지만 당선이 되면 정당 구분은 무의미하다”면서 “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시민파다”라고 강조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황승택 기자 hst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