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온라인 유통 북스캔업체 6월 대규모 압수수색 문화부 “저작권 위반 度 넘어” “매학기 책값 수십만원인데…” 대학가 가을학기 ‘교재 대란’ 우려
정부가 전국 ‘북스캔(Book scan)’ 업체에 대해 대규모 압수수색을 다음 달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북스캔은 종이책을 PC에서 볼 수 있도록 전자파일(PDF)로 변환해주는 행위를 뜻한다.
○ 저작권 위반 ‘도’ 넘어
문화체육관광부는 “전국 대형 북스캔 업체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쳤으며 계속 영업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다음 달 압수수색을 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 정부가 북스캔 업체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는 1차적으로 ‘저작권 위반’ 경고문을 보낸 후 4, 5월 두 달간 특별사법경찰 30여 명을 투입해 50여 개 업체를 조사했다. 조사 담당 이향순 주무관(특수사법경찰)은 “가장 큰 문제는 업체들이 고객이 맡긴 종이책을 스캔한 후 원본 파일로 온라인에 유통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업체 내 PC를 뒤져야 잡아낼 수 있어 압수수색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대학가 울상
북스캔 문제가 처음으로 부각된 시기는 2011년. 태블릿PC가 활성화되면서 무거운 책을 복사해 들고 다니기보다 태블릿PC에 담으려는 대학생이 늘면서 대학가에 북스캔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
문체부는 북스캔 업체의 스캔 파일 유포는 저작권 위반(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된다고 밝혔지만 수사를 하진 않았다. 문체부 최원일 저작권보호과장은 “북스캔 업체들이 ‘저작권자에게 돈을 주고 허가를 받겠다’고 대책을 마련하는 듯하더니 흐지부지된 상태에서 북스캔이 다시 성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수 대학생이 북스캔으로 제본한 교재를 쓰고 있어 이번 조치는 대학가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서울 성북구 A대학 주변 복사업체에는 제본 교재가 쌓여있었다. 업체 내 설치된 PC 바탕화면에는 스캔된 각종 교재 PDF파일이 보였다.
고객으로 가장해 온라인 북스캔 업체 6곳에 교재 스캔을 의뢰하자 1곳만 ‘불법’이라며 거부했고 나머지 5곳은 ‘가능하다’고 답했다. 대학원생 이모 씨(28)는 “불법인 줄 알지만 전공서적 한 권에 2만∼3만 원이나 하고 학기마다 수십만 원이 교재비로 들다 보니 북스캔을 할 수밖에 없다. 가을 학기 ‘교재 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