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보 컨트롤타워 공백 틈 탄 北의 도발

북한이 어제 오후 6시경 서해 연평도 부근 우리 수역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우리 측 유도탄고속함 인근에 포탄 2발을 쏘았다. 고속함에서 불과 150m 떨어진 곳이었다. 우리 군은 즉각 함포로 대응 사격하고 공군 전투기 4대를 긴급 발진시켰다. 조업 중이던 어선과 연평도 주민도 대피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청와대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수리하자마자 안보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기다렸다는 듯이 도발을 했다. 빈틈을 타 혼란을 부추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 포격 도발을 했다는 것은 초상집에서 행패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반인륜적인 처사다.

북은 21일 서해 5도 수역의 우리 군 함정에 대해 “경고 없는 군사적 타격”을 하겠다고 위협했다. 전날 북 단속정과 경비정이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것에 대한 보복일 수도 있다. 북은 이에 앞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나라도 아니지 않느냐” “그래서 빨리 없어져야 되는데요”라고 비판한 것을 문제 삼아 협박한 적도 있다. 그러나 북 국방위원회가 호언한 “가장 무자비하고 철저한 타격전”이라기 보다는 우리 측의 대응을 시험한 성격이 짙다.

북은 올해 들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아래 남측 수역으로 포탄을 퍼붓고, 4차 핵실험을 예고하며 군사 긴장 수위를 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폭언을 했다. 국제사회에 동족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스스로의 품격을 내팽개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공동조사로 증거가 명백히 드러난 무인기 침투 사건에 대해선 사과는커녕 극구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을 부정한 데서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2010년 11월 북의 포격으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민가가 불에 타는 피해를 봤던 연평도 주민은 대피소에서 당시 악몽을 떠올렸을 것이다. 북은 불안감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 이런 도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심리전 차원에서 치고 빠지는 저강도 도발을 계속하다 우리의 반격이 예상보다 약하다 싶으면 더 무모한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다. 서해에서 긴장을 높이다 경계가 느슨한 다른 곳을 노리는 성동격서(聲東擊西)식 도발을 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절대 방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북이 제멋대로 우리 영해와 영공을 침범하는 것을 절대로 방관해선 안 된다. 북이 도발하면 그 원점(原點)을 타격하겠다는 경고가 빈말이 아님을 우리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북의 무모한 군사적 모험을 억제할 수 있다. 이번에야말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크고 작은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