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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아파트 건설사 부도… 유병언 측근 2명 200채 구입”

입력 | 2014-05-24 03:00:00

금수원 인근 H아파트단지 르포… 대리인들 중개업소 차려놓고 거래
등기부등본 확인된 것만 50∼60여채… 구원파 임시 대변인이 동대표 감사
주변 상가에도 계열사 ‘다판다’… 주민 3분의 1이상 신도로 추정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측 인사들이 150여 채를 소유하며 임대사업을 벌인 것으로 확인된 경기 안성시의 한 아파트.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세월호 참사 직후 중개업소 사장이 자취를 감췄어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아파트 150여 채를 무더기로 차명 보유한 정황이 포착된 경기 안성시 금수원 인근 H아파트단지. 의혹의 중심에는 아파트단지 안의 H부동산중개업소가 있다. 본보가 22일 이 중개업소를 찾았을 때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오랜 시간 영업을 하지 않은 듯 문틀에는 먼지가 쌓여 있고 유리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 유병언, 아파트 150여 채 임대 의혹

주민들에 따르면 이 중개업소는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인 하나둘셋영농조합 사장 이모 씨(54)가 대표로 돼 있다. 그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소속 신도로 알려진 소모 씨(46)에 이어 이 중개업소를 운영하며 아파트 매매 및 임대 업무를 해왔다.

이 아파트단지의 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18개 동 1700여 채 중 상당수가 이 씨와 소 씨 등 유 전 회장과 관련이 있는 3, 4명의 소유였다. 이 씨는 아파트 한 동에서만 18채를 보유하는 등 3개 동에서 최소 40∼50여 채를, 소 씨는 3개 동에서 16채를 소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씨의 주소지는 충남 천안, 소 씨는 경기 광주로 돼 있어 안성에서는 살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대표 A 씨는 “2001년 이 아파트를 지을 때 건설사가 부도가 났다. 당시 이 씨와 소 씨가 최소 200채는 사들인 것 같다”며 “아파트 주민의 3분의 1 이상이 구원파 신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차명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파트 150여 채의 매입 경위 등을 파악하기 위해 탐문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한 주민은 “이들 대부분이 직접 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법무사를 통해 계약을 진행해 유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한 것 같다. 검찰이 금수원을 압수수색했던 21일 수사관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전했다.

○ 동 대표 간부 등 곳곳에 ‘세모왕국’

H아파트 인근 상가건물 등도 구원파 신도들 소유라는 주장이 나왔다. 상가 진열대에는 유기농 농수산 상품들이 가득했다. 같은 건물 왼쪽 출입문에는 유 전 회장 계열사인 ‘다판다(DAPANDA)’의 상호가 적혀 있었다.

구원파 핵심 신도들이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을 맡는 등 아파트단지를 장악한 정황도 파악됐다. 21일 금수원 정문 앞에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던 이태종 구원파 임시 대변인도 H아파트 동 대표회의 감사를 맡고 있었다. 한 주민은 “동 대표 가운데 한 명이자 인근의 또 다른 중개업소를 운영 중인 B 씨도 금수원의 간부라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 씨와 소 씨 등 아파트를 무더기로 소유한 이들 뒤에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이석환 에그앤씨드 대표(64)가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과거 이 대표 주도로 아파트를 무더기로 사들였고 매매 및 임대 수익까지 관리한 흔적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아파트들을 유 전 회장의 차명재산으로 볼 만한 각종 증거를 발견하고 이 씨를 비롯한 관련자 3, 4명을 소환 조사했다.

안성=김재형 monami@donga.com
곽도영·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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