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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후쿠시마 원전 사고 수습 두 주체의 엇갈린 자세

입력 | 2014-05-24 03:00:00


《 초대형 참사에 대응을 잘못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한국과 일본의 사고 수습 주체는 서로 다른 자세를 보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확산을 막아 ‘일본을 구한 남자’로 평가받는 현장 발전소장은 자신의 일부 잘못된 판단에 대해 솔직한 반성을 했다. 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해 한 해양경찰 중간간부가 반성문이라며 22일 올린 글은 ‘변명의 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 “네 탓” 변명급급 해경 ▼

해경간부 반성문 형식 ‘해체 50가지 죄’ 글, “권한 없고 구조 어려웠다” 주장… 비난 폭주


한 해양경찰 중간간부가 22일 반성문 형식을 빌려 내부 통신망에 해경 해체를 자초한 것을 자책하는 글을 올렸지만, 인터넷에서는 ‘책임 회피용 글’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해경 해상안전과 손모 경정은 22일 내부통신망에 올린 ‘해경이 해체로 가게 된 50가지 죄’라는 글에서 사고 원인 관련 20가지, 구조 관련 20가지, 한국해양구조협회 관련 10가지 등 모두 50가지 죄가 해경 해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해경은) 적재중량을 선사 임의대로 작성한 것을 믿은 죄, 선원들의 저임금 고령화로 교육의 효과와 책임감이 떨어져 선박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예측하고도 고민만 한 죄가 있다”고 썼다.

형식은 반성문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해경이 제도적 한계로 어쩔 수 없었다거나 홍보 부족을 탓하는 내용이 담겼다. 손 경정은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지겠다고 한 죄 △기술적이고 전문적이어서 해양수산부가 심사하지 않는 운항관리규정을 해경이 직접 심사한 죄 △운항면허를 내주는 항만청에 면허 조건으로 적재중량을 표시하라고 말하지 않은 죄 △122홍보를 언론에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은 죄 등이 해경을 해체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죄’라는 표현을 빌렸지만 사실상 해수부 등 다른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이다.

손 경정은 사고 초기 해경이 선내에 진입해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145m 높이의 6, 7층 건물이 45도 기울어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상황”에 빗대며 구조가 어려웠음을 강조했다.

이 글이 알려지자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비판 의견이 쇄도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이게 반성문인가. 해경이 아직도 국민을 기망하려 한다”(아이디 ‘onsae***’)는 글을 올렸다. 손 경정은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자 해당 글을 삭제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내 탓” 반성절절 일본


‘日을 구한 남자’로 평가받는 故 요시다 소장… “냉각제어 몰라 엉뚱한 지시” 조사위에 고백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수습을 현장에서 지휘해 ‘일본을 구한 남자’로 평가받는 요시다 마사오(吉田昌郞·사진) 소장의 솔직한 반성이 일본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식도암으로 투병하던 그는 지난해 7월 5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요시다 소장은 비상시 원자로를 냉각하는 비상용복수기(IC) 제어법을 제대로 몰라 잘못 대응했다고 정부 사고조사·검증위원회에 털어놓았다. 그에 대한 청취조사는 2011년 7월 22일부터 11월 6일까지 13회에 걸쳐 29시간 16분간 진행됐다. 일본 정부는 이를 일문일답 기록(일명 요시다 조서)으로 작성해 내각관방(한국의 총리실에 해당)에 보관하고 있다.

요시다 소장은 사고 당일 중앙제어실 운전원이 IC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냉각수 보충을 요청했으나 자신은 원자로에 물을 보낼 준비를 하라는 지시만 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오후 10시경 1호기 원자로 건물의 방사선량 상승 소식을 듣고서야 IC에 이상이 있음을 의심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후 6시에 노심이 손상되기 시작했고 오후 8시에 노심이 녹아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IC를 실제로 작동한 것은 20년 일하던 중 처음이라면서도 “나는 지금 맹렬히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요시다 소장이 “내 생각에만 빠졌다” “현장의 긴급 연락이 전해지지 않았다”는 반성의 말을 조서 곳곳에 남겼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4일 뒤 현장 근무자의 90%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탈출했다고도 밝혔다.

요시다 소장은 대지진 다음 날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총리와 도쿄전력의 지시를 무시하고 원전에 바닷물 주입을 계속해 사고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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