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남중국해 영토 갈등은 1970년대 초에 시작됐다. 지금 와서 동아시아 안보의 최대 불안요인이 된 것은 중국의 거만한 외교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군사력, 특히 해군력의 빠른 성장이 미국의 영향력을 잠식하고 일본 및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영토 분쟁에서 강제적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근본 원인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누려온 아시아·태평양에 대한 패권적 지위에 균열이 생기고 궁극적으로 아세안 전부가 중국 세력권에 편입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몰두하느라 아시아에 대한 외교·군사 개입을 등한시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11년 11월 아태 회귀를 선언하고 중국을 전략적 적수로 상정했다. 남중국해의 긴장 고조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대 필리핀, 중국 대 베트남 간 분쟁에서 출발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중-미의 충돌이다.
베트남은 선박 충돌과 반중 시위, 국제기구 호소 등의 방식으로 상대를 몰아세울 것이다. 이에 중국은 더 큰 규모의 강제 행동에 나설 것이다. 중국군이 베트남 국경에서 전쟁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중국은 1979년 2월 베트남의 반중 행위에 맞서 징벌적 전쟁을 벌인 적이 있다. 중국은 이번에도 군사 충돌을 감수할까.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창완취안(常萬全) 국방부장은 “베트남은 한두 번의 실수가 큰 실수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했다. 알아서 물러나라는 뜻이다.
중국이 1974년 시사군도에서 소규모 해전으로 베트남을 격퇴한 일도 있다. 40년 뒤의 중국이 베트남과의 전쟁을 겁낼 이유가 없다. 비록 미국이 중국의 시추를 ‘도발’로 규정하고 있지만 베트남의 반중 폭력 시위는 이미 중국인의 생명과 재산에 불법적 손해를 입혔다. 이는 중국이 베트남에 대해 강경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베트남이 계속 폭력을 행사하면 중국은 공민 보호 명분으로 베트남에 일정 수준의 징벌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극단적 충돌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 상황에서 무력을 동원한 남중국해 분쟁에선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취할 수 있는 건 대화뿐이다. 대화와 담판을 통한 문제 해결만이 서로가 물러설 여지를 주는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