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 지명 이후]
‘만기친람 리더십’ 바뀌나

첫 출근 안대희 ‘묵묵부답’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출근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죄송합니다”라고만 짧게 말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달라진 인사 스타일… 국정 ‘3분할’ 예고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부터가 과거와 다른 패턴이다. 안 후보자는 2012년 10월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그래서 여권 내에선 비주류로 분류됐다. 박 대통령이 앙금이 상당히 남았을 텐데도 안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그의 ‘강골 비주류’ 이미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받아쓰기 내각’ ‘순종형 내각’이란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개각 과정에서도 이런 콘셉트를 계속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안 후보자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23일 “외교안보 분야는 박 대통령이, 사회 안전 분야는 안 후보자가, 경제 분야는 경제부총리가 실권을 갖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세한 부분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형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정을 ‘3분할’하겠다는 얘기다. 신임 경제부총리에 친박 실세인 최경환 의원 등이 거론되는 이유다.
○ 대응 빨라졌으나 소통 채널 여전히 미흡
22일 대통령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도 언론의 지적에 즉각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면서 야당을 향해 “초당적으로 협력해 주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국회에서 최대한 의견을 수렴해 (정부조직법 등을) 처리해 달라”고 몸을 낮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들이 경질을 요구한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유임시킨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야당과의 소통 채널 자체가 오랫동안 없었던 점이 근본 이유로 꼽힌다.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제 역할을 못한 데다 박 대통령도 지금까지 ‘여의도 정치’를 멀리했다. 야당 및 시민사회와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최대 숙제인 셈이다. 또 향후 인사에서 지역 및 직군 안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