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크림합병 비판… 외교갈등 조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2)을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찰스 영국 왕세자(66)의 발언이 영국과 러시아 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찰스 왕세자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언어도단이며 수치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영국 군주가 될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알렉산드르 크라마렌코 영국 주재 러시아 부대사가 런던의 영국 외교부를 찾아가 찰스 왕세자의 발언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국 외교부가 논의를 거부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하자 양측의 대화는 성과 없이 끝났다.
당장 관심은 다음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릴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쏠린다. 1944년 6월 6일 영미 연합군은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해안에서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을 감행해 2차 대전의 승기를 잡았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도 이 작전을 소재로 만들었다. 찰스 왕세자와 푸틴 대통령은 승전국 수장 자격으로 이 행사에 나란히 참석할 예정이어서 자칫 두 사람이 얼굴을 붉힐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는 “왕세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다”며 찰스 왕세자를 두둔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