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속의 지리 이야기/조지욱 지음/260쪽·1만3800원·사계절
1871년 발표된 원작 소설에 따르면, 벨기에와 네덜란드에 걸쳐 있는 플랑드르 지역이다. 북해 연안인 플랑드르는 저지대였으나 수세기에 걸친 토지 개량으로 농목지로 바뀌면서 목축업이 발달했다. 네로는 외곽의 낙농장에서 우유를 받아 5km 거리의 안트베르펜 시까지 매일 배달했다. 언제나 네로의 곁을 지킨 파트라슈는 플랑드르에서 목장견으로 기르던 ‘부비에 데 플랑드르’라는 개다.
짧은 삶을 마감한 네로의 꿈은 화가였다. 플랑드르는 ‘플랑드르 미술’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쟁쟁한 화가들을 배출했다. 네로가 매료된 루벤스를 비롯해 ‘유화의 창시자’ 반에이크 형제, 농민의 일상을 그린 피터르 브뤼헐이 플랑드르 대표 화가로 꼽힌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장돌뱅이 허생원이 발걸음을 옮겨 다니는 봉평 일대와 부보상의 삶을, ‘아기돼지 삼형제’에서는 기후와 지형적 특징이 전통가옥의 재료와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나그네의 망토를 벗기기 위해 겨루는 ‘북쪽 바람과 해님’에서는 세계 각지의 한랭풍과 바람의 등급을 일러준다.
고교 지리교사인 저자가 지리의 눈으로 읽어낸 문학작품은 모두 스무 편. 이청준의 ‘매잡이’, 김정한의 ‘사하촌’,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안데르센의 ‘미운 아기오리’ 같은 국내외 동화와 소설을 통해 문학의 공간이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짚어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