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을 부탁해/김세진 지음/40쪽·1만2000원·비룡소
거짓말쟁이에 겁도 많았던 소년이 늑대 잡는 사냥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입니다. 그간 김세진 작가가 맑은 색채와 깔끔한 선으로 그려 오던 방식과 많이 다른 그림입니다. 거침없이 자유롭게 표현한 선과 강렬한 색채는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작가는 옛이야기 속 늑대 찾기에 몰두하던 중 양치기 소년을 위협하던 늑대와 ‘빨간 모자’를 따라오던 늑대가 같은 늑대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답니다. 오랜 고민의 시간을 지나 작가의 손끝에서 나온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쟁이도 겁쟁이도 아닌 훌륭한 늑대 사냥꾼으로 변신합니다.
어느 날부터 양이 하나둘 사라지고 숲 주변에서 늑대 발자국들이 발견되자 아버지는 늑대를 잡으러 숲으로 갑니다. 아빠를 대신해 홀로 양떼를 돌보게 된 양치기 소년은 마치 어른이 된 듯 설렙니다. 들뜬 기분에 소년은 아버지와의 약속도 까맣게 잊은 채 양떼를 몰고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갑자기 나타난 시커먼 그림자에 새끼 양은 울기 시작하고 소년도 겁을 잔뜩 먹습니다. “느, 늑대다!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의 외침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달려왔지만 늑대는 이미 그 자리를 떠난 뒤였습니다. 소년의 말을 믿지 않은 마을 사람들 때문에 결국 소년은 자기 양을 지키지 못하게 됩니다. 밤잠도 못잡니다. 잠 못 드는 소년의 귓가에는 매∼애 매∼애 양떼의 울음소리만 맴돕니다. 다음 날부터 소년은 총 쏘는 연습을 시작합니다. 더 이상 겁쟁이도 거짓말쟁이도 아닌 소년은 늑대 손아귀에서 ‘빨간 모자’도 구해내기에 이릅니다. 이 작품으로 작가는 20년 가까이 우리 그림책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습니다.
김세진 작가가 오랜 시간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해 오면서 쌓은 내공은 이미 식상한 양치기소년 이야기를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게 만드는 데 탄탄한 밑그림이 되어준 것 같습니다. 소년의 용기와 모험을 따라 역동하는 감정이 완성도 높은 장면 하나하나에 담겨 이야기에 흡인력을 더합니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표정으로 그림 속에 숨은 늑대도 함께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