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 부지 개발을 둘러싸고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전 부지는 넓은 면적, 편리한 교통 덕에 서울 강남권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건설과 컨소시엄을 꾸려 10조 원을 투자해 한전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등의 부지와 주변 민간 토지를 합쳐 전체 부지면적 14만3500m² 규모의 복합단지를 개발하겠다는 제안서를 강남구에 냈다. 2011년엔 삼성생명이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 원에 사들였다. 지역 이름이 ‘삼성동’인 데다 인근 지하철역 이름이 ‘삼성역’이어서 이 일대를 복합단지로 만들면 상징성이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6년부터 서울 성동구 뚝섬 인근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가 50층, 200m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지역으로 정한 도심, 부도심 범위에서 이 지역을 제외하면서 계획이 좌초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뚝섬 GBC 프로젝트를 철회할 당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특정 지역에 구애받지 말고 GBC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수용인원이 5000명인 서울 서초구 헌릉로 본사는 너무 비좁아서 GBC가 절실한 상황이다.
강유현 yhkang@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