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포수 정범모가 최근 5경기에서 놀라운 타격감과 수비능력으로 주전 마스크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 정범모가 25일 두산전에서 마스크를 벗고 덕아웃을 응시하며 소통하고 있다. 잠실|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한화 정범모
옆구리 통증 김민수 대신 주전 마스크
최근 5경기 타율 0.409·3홈런·7득점
입단 9년…만년 유망주 털고 불방망이
한화 정범모(27)가 입단 9년 만에 재능을 찬란하게 꽃피우고 있다. 그는 2006년 2차 3번으로 한화에 지명될 때만 해도 한국리그를 대표하는 대형포수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김민수가 21일 옆구리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사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전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21일 목동 넥센전부터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409(22타수 9안타), 3홈런, 7득점, 4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25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2개의 도루저지를 기록하며 상대공격의 흐름을 적절히 끊어냈다. 그를 ‘만년 유망주’에서 조금씩 주전의 향기를 내는 선수로 바꾼 것은 마음가짐이었다.
● 상대팀도 인정한 미친 존재감
하위타선은 흔히 ‘쉬어가는’ 타선이라고 말한다. 잘 치는 타자들은 상위타선에, 타격보다는 수비 쪽에 치중된 타자들은 하위타선에 배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위타선이 터지면 동반 상승효과가 일어난다. 9번 정범모의 불방망이도 팀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 나는 주전선수가 아니다
실제 정범모는 자신을 주전포수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꾸준히 기회를 부여받았는데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나”라며 “계속 못 하다보니까 늘 ‘잘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위축됐고 내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정민철 (투수)코치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시는데 ‘과거, 미래가 아닌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지금 주위에서 칭찬을 많이 해주시지만 주전포수인 (김)민수가 잠깐 내려간 사이 잠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뿐이다. 대신 ‘이왕 2군으로 갈 거면 1군에서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가자’는 마음이 들더라. 여전히 내 자리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것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못 하고 싶지는 않다. 못 하면 거기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지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치열한 주전경쟁에 대해서도 “(김)민수가 주전포수다”며 다시 한 번 강조하고는 “민수가 1군에 돌아온다고 해도 누가 더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우리 둘이 잘 하면 팀에 좋기 때문에 둘 다 잘 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