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영(부산)이 파주 NFC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그는 2012런던올림픽 영국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눈부신 선방으로 단숨에 축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파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10. 제3의 골키퍼 이범영
U-20 월드컵·아시안게임 찬스마다 제동
런던올림픽 8강 승부차기 영웅 인생역전
작년 부산 주전으로…5년 벤치설움 날려
“브라질월드컵서도 팀을 위해 헌신하겠다”
2012년 8월 영국 카디프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8강전. 후반전 도중 주전 골키퍼 정성룡(29·수원)이 상대와 공중볼을 다투다 쓰러졌다. 도저히 경기를 뛸 수 없을 정도로 부상 정도는 심각했다. 홍명보 감독은 부랴부랴 이범영(25·부산)에게 골문을 맡겼다. 이후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피 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이범영은 영국의 5번째 키커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의 공을 막아내며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고, 결국 동메달 신화를 썼다. 런던올림픽은 이범영의 존재감을 축구팬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한 대회였다.
● ‘기름 손’ 오명 속에서 자란 생명력 강한 잡초
이범영은 신갈고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부산 아이파크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 시절 16경기에 출전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소속팀에선 베테랑 골키퍼 전상욱(35·성남)에게 밀려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대표팀에서도 1번 골키퍼가 되지 못했다. 200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주로 김승규(24·울산)가 골문을 지켰다.
광저우아시안게임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준결승에서도 곡절을 겪었다. 홍명보 감독은 승부차기에 대비해 연장 후반 막판 이범영을 투입했다. 그러나 2분도 지나지 않아 통한의 결승골을 내줬다. 결국 이범영은 자신의 장기인 ‘승부차기 방어’를 살릴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 희생정신과 헌신을 다짐하는 제3의 골키퍼
그래도 이범영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묵묵히 이겨냈다. 그 과정에서 시련들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더 강해졌다. 그는 “예전엔 실수가 많았다. ‘기름 손’이란 오명도 알고 있다. 그 때는 어렸지만, 이젠 나이도 들었고, 성숙했다. 실패가 지금의 나를 키웠다”며 런던올림픽을 준비했다. 사실 런던올림픽 엔트리 발표 전까지만 해도 와일드카드 정성룡을 뺀 골키퍼 한 자리는 김승규의 몫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이범영을 낙점했다. 결국 이범영은 동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그간의 한을 날렸다.
소속팀에서도 위상이 달라졌다. 전상욱이 성남으로 이적하면서 기회가 왔다. 지난해부터 부산의 주전 수문장을 꿰차며 5년간의 벤치 설움을 날렸다. 지난해 3월에는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A대표팀의 부름을 받기도 했다. 결국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범영의 현재 위치는 3번째 골키퍼다. 출전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홍명보 감독은 “하나의 팀”을 강조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불만을 토로하기보다는, 자신을 묵묵히 낮추는 그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해왔다. 이범영은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가시밭길을 걸어온 시간이 길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신의 역할을 잘 이해한다. 그는 “팀을 위한 헌신”을 전제로 “선의의 경쟁”도 다짐하고 있다.
이범영(부산 아이파크)은?
▲키·몸무게=199cm·94kg
▲출신교=경기 원삼중∼신갈고
▲프로 경력=부산 아이파크(2008년∼현재), 100경기 출전·131실점
▲A매치 경험=없음
▲월드컵 경험=없음
▲주요 경력=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