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 수사] 유병언 일가 조직적 도피행각
구원파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소속 신도들이 25일 인천 남구 인천지검 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신도들은 성명을 통해 검찰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로비 의혹 수사를 규탄했다. 인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유병언, 신도들 도움으로 순천에 은신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유 전 회장이 전남 순천시 서면 S염소탕 식당 인근에 기거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식당 주인 변모 씨 부부를 체포해 조사 중이다. 변 씨는 구원파 신도로 확인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 전 회장이 2, 3일 전까지 이곳에 은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23일 저녁 전남 여수 일대에서 차량 추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24일 오전 11시경 전남 보성 쇠실휴게소에서 추격을 방해한 혐의로 수배된 차량을 확인하고 운전자 박모 씨(42)를 붙잡았으나, 유 전 회장의 도피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돼 풀어줬다. 25일엔 검찰 수사관 30여 명과 경찰 80여 명이 보성 녹차밭인 몽중산다원을 대대적으로 수색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유 전 회장이 해안이 가까운 전남 남부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미루어 밀항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의 이날 행적 공개는 유 전 회장을 불안하게 만들어 자꾸 이동하게 함으로써 검경의 추적망에 포착되게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날도 대구지검이 대구 대명동에 있는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 소유 자택을 급습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제보 등을 바탕으로 한 수색이 이뤄졌다.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걸린 현상금을 5억 원으로 올리고, 구원파 내부의 ‘결정적 제보’를 기대하고 있다. 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도와준 신도들도 적극 검거하고 있다. 체포된 신도 1명은 유 전 회장 측에 미네랄 생수 ‘뉴글라세’와 사과 등 마른과일 등을 건넨 혐의를, S염소탕 식당 주인 변 씨 부부는 차명 휴대전화를 유 전 회장의 측근 추모 씨에게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를 볼 때 신도들이 조직적으로 유 전 회장을 숨겨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4일 체포된 자택관리인 이모 씨(51)는 장남 대균 씨 소유의 고가 의류와 악기 등을 차에 실어놓은 정황이 포착됐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일요일인 25일 오후 5시경 인천지검을 찾아 최재경 지검장 등 수사팀을 격려한 뒤 돌아갔다.
○ 구원파, 인천지검 앞 항의 시위 재개
구원파 평신도 복음선교회 이태종 임시 대변인은 “21일 여러 명의 검사가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릴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이때 압수 물품 중에 현금이 있다며 이것이 공개되면 여론이 얼마나 악화되겠느냐고도 했다”며 “현수막을 내려주면 현금이 있다는 것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금수원 내 유 전 회장의 개인 처소에서 출처 불명의 현금 5000만 원이 발견돼 압수했고 구원파 측이 유 전 회장의 도덕성에 흠집이 갈 것을 우려해 공개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해 보안을 유지한 채 수사해왔다”며 “현수막은 금수원 측이 스스로 제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도들은 인천지검 앞 시위에서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3월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한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빗대 검찰을 비꼰 것이었다.
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인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