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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 “김기춘, 오대양 재수사때 이례적 검사교체”

입력 | 2014-05-26 03:00:00

[유병언 일가 수사]
심재륜 당시 차장검사 채널A 인터뷰




“전쟁 중일 때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인데, 1991년에는 (오대양사건) 수사 지휘 사령탑으로 대전지검 차장검사였던 저는 물론 부장검사, 담당검사까지도 새로 교체됐다. (인사문제로) 수사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사진)이 1991년 오대양사건 재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심 전 고검장은 “김 실장은 당시 영향력을 행사해서 구원파를 탄압한 게 아니고,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어떤 면에서는 (수사팀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심 전 고검장은 25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방영된 시사프로그램 ‘논설주간의 세상보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전지검은 1991년 7월 20일 오대양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해 열흘 뒤인 30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가 체포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구속되기 전날인 31일 오후 11시 심 전 고검장은 짐을 싸 대전지검을 떠나야 했다. 다음 날인 8월 1일자로 서울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당시 법무부는 7월 25일 검찰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유 전 회장이 구속된 8월 1일 김 실장은 국무회의에서 집단자살의 배경 외에도 정치세력 개입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자로 대전지검 수사팀도 10명이 보강됐다. 그러나 심 전 고검장과 함께 발령이 난 이재형 당시 대전지검 특수부장도 8월 10일까지만 연장 근무를 한 뒤 떠났다. 송종의 당시 대전지검장은 한 기고문에서 “오대양사건 재수사 실무 총책임자였던 부장검사가 수사를 끝내지 못한 채 다른 청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검찰은 이 사건의 수사 의지가 없다’고 비아냥거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며 아쉬워했다.

심 전 고검장은 “1991년 당시 유 전 회장 측에서 ‘상선(윗선)’에 로비나 정치적 압력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을 텐데 (유 전 회장을) 갑자기 구속했으니 얼마나 야속했겠나. ‘우리가 남이가’라고 하는 말은 ‘상부에 그렇게까지 (로비를) 했는데 (유 전 회장을) 잡아넣은 것은 배신’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신도들이 경기 안성시 금수원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하면서 1992년 초원복집 사건 때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문구를 쓴 현수막을 내건 데 대한 해석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로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로비 대상으로 김 실장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3년 전 검찰 내 인사 요인과 당시 상황을 모르는데 이제 와서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다”며 “만약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이 유병언 측에 꼬투리가 잡혔다면 지금 전부 폭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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