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글로벌 Hot 피플]태국 쁘라윳 육군참모총장

입력 | 2014-05-26 03:00:00

쿠데타와 해결사 사이…




무혈 쿠데타로 22일부터 태국의 실권을 거머쥔 쁘라윳 짠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60·사진)이 태국판 ‘선군정치’를 벌이고 있다. 24일 군부는 상원을 해산하고 입법권을 군부로 넘겼다. 하원도 지난해 12월 해산된 상태다.

쁘라윳 참모총장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자신이 총리대행 업무를 수행한다고 선언한 뒤 내각 업무도 부하들에게 분담시켰다. 육군사령관에겐 국방부 내무부 정보통신부를, 공군사령관에겐 재무부 상공부 산업부 노동부를, 해군사령관에겐 환경부 교육부 보건부 과학부 관광부를 맡겼다.

병력 25만 명을 지휘하는 쁘라윳 참모총장은 이제 어느 선출직 총리보다 더 큰 권한을 손에 쥐고 태국 국민 6774만 명을 통치하는 최고의 실세로 떠올랐다.

쁘라윳 참모총장의 쿠데타는 태국에선 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1914년 제정된 비상사태법은 “군부는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독자적으로 계엄령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했다. 쁘라윳 참모총장은 1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법을 근거로 군이 정국 혼란을 정리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태국에선 1932년 이래 19차례 쿠데타가 일어났다. 대략 4년마다 한 번꼴이다.

그러나 군 수장도 쿠데타의 정당성을 국왕에게서 승인 받지 못하면 반역자가 돼 해임된 뒤 재판을 받아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태국만의 독특한 정치 시스템이다. 이번 쿠데타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왕립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쁘라윳 참모총장은 왕비 근위병 부대에서 군 생활을 시작한 대표적 왕당파다. 2002년까지도 그는 동부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사단 부사단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육군 내 강력한 인맥인 ‘동부 호랑이’ 파벌의 일원으로 승승장구했다. 2008년 육군참모차장에 올랐고 국왕의 명예부관직도 겸했다. 그는 2010년 5월 친탁신 진영의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당시 사망자 92명, 부상자 1700여 명이 발생했다. 그 공로로 그는 같은 해 같은 파벌 출신인 전임자의 뒤를 이어 참모총장이 됐다. 이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쁘라윳 참모총장은 잉락 정권 시절에도 자리를 지켰다.

올해 60세인 쁘라윳 참모총장은 9월이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계엄령을 선포한 20일 그는 각 정파 대표를 모아놓고 “사태 수습을 후임자에게 넘기고 싶지 않으니 타협하라”고 요구했다. 타협이 이뤄지지 않자 잉락 친나왓 전 총리와 반정부 시위대 리더인 수텝 트악수반 전 부총리를 포함해 100여 명의 정치인을 23일 소환한 뒤 최대 일주일간 구금한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도 다 몰수했다. 몰수한 이유는 “평온을 유지한 상태로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정치인들이 타협할 때까지 내가 이 자리에 있겠다”고 엄포도 놓았다.

쁘라윳 참모총장의 거친 리더십에 대다수 태국 국민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극도로 혼란한 태국 정국에서 해결사로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은 태국의 쿠데타를 ‘민주주의의 후퇴’라고 한목소리로 비난하지만 태국 국민은 쁘라윳이 퇴직 전 마지막으로 애국심을 불태우고 있으며 사태를 해결하면 물러날 것으로 믿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