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초콜릿왕’ 1차 과반여부가 우크라이나사태 분수령

입력 | 2014-05-26 03:00:00

우크라이나 조기 대선 마쳐
6월 15일 결선투표 가면 동부 유혈충돌 내전 치달을 가능성
푸틴 “대선 결과 존중할 것”




페트로 포로셴코

친러시아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축출된 지 3개월 만에 우크라이나에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25일 치러졌다. 이번 대선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 동부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에 따른 유혈사태를 극복하고 정국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시작된 대선은 3월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 반도를 제외한 전국 213개 선거구에서 오후 8시까지 진행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7만5000명의 군인과 경찰을 투표소에 배치해 삼엄한 경비에 나섰다. 또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소속 감시단 1000여 명이 전국 투표소에서 참관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는 “이번 대선은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11일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 독립을 선언한 동부 도네츠크 주와 루간스크 주에서는 34개 선거구 중 20개가 분리주의 민병대에 점거돼 투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무장 분리주의자들은 중앙정부가 파견한 선관위원들을 쫓아내고 컴퓨터 등 장비와 직인을 빼앗는 등 투표를 방해했다. 일부 분리주의자는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들을 폭행하거나 총을 쏘겠다고 경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외신들은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이 누가 되든 이날 선거가 조기에 마무리되는 게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혼란이 6개월째 지속돼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AP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7% 감소했다. 이 기간 우크라이나의 화폐인 흐리브니아화의 가치도 달러 대비 31% 주저앉았다.

25일 선거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못하면 다음 달 15일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이 3주 동안 동부지역의 유혈충돌이 확산되면서 내전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는 ‘초콜릿 왕’으로 불리는 재벌기업가 출신 페트로 포로셴코(48)다. 야누코비치 정권에서 경제장관을, 친서방파 빅토르 유셴코 정권에서 외교장관을 지냈던 그는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실용주의적 외교정책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우크라이나의 대선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로셴코는 러시아의 인정을 받아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바딤 크라모프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포로셴코가 당선되면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을 체결하고 지방정부의 재정적 자립을 확대할 것”이라며 “그러나 율리야 티모셴코처럼 러시아가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지 않는 절충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벌총수 출신으로 노동자들에게 월급 인상을 약속하는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펴온 그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약속한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정치권 부패를 일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23일 “러시아군과 무기는 다음 달 8일까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