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 클리닉]<7>만성피로
피로감은 여러 가지 원인이 겹쳐 생길 수 있다. 동아일보 이철호 기자 (사진)가 만성피로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가천대 길병원에서 ①인바디 검사(체질 및 신체 계측) ②혈액검사 ③모발검사 등의 순으로 검진을 받고 있다.
○ 높은 수은 농도, 과한 긴장, 장 누수 증후군까지
기자의 자초지종을 듣고 난 주치의 서희선 가정의학과 교수는 △중금속·미네랄 균형 검사 △유기산 대사 균형 검사 △항산화능력 검사 △음식 알레르기 검사 △갑상샘(갑상선) 기능 검사 등 총 5가지 검사를 제안했다. 앞선 두 가지 검사는 각각 모발과 소변으로, 나머지 셋은 혈액으로 분석한다. 총 비용은 60만 원 정도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검사 결과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서 교수의 진료실을 찾았다. 그가 꺼내든 결과지는 충격적이었다. 모발로 알아본 중금속 검사에서 기자의 혈액 5cc에 포함된 수은 농도는 2.2ppm으로, 정상치(1.8ppm)보다 20% 이상 높았다. 수은은 신장 손상, 손발 마비, 청력·언어장애를 유발한다. 일본 미나마타 시에서는 대표적인 수은 공해병인 ‘미나마타병’ 때문에 1956년부터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긴장감도 만성피로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소변검사에서 아드레날린의 부산물인 ‘바닐만델산’ 농도가 정상치보다 다소 높게 나온 것. 아드레날린은 우리 몸의 긴장, 흥분 상태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많이 분비되면 잠을 못 이루는 부작용이 생긴다. 서 교수는 “기자업무 특성상 긴장감은 늘 달고 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휴무 시간만이라도 일 생각을 줄이고, 취미활동을 통해 긴장감을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 진단도 받았다. 장 누수 증후군이란 장 점막이 새면서 장 내부에 있던 세균과 독소가 혈액으로 그대로 흡수되는 증상. 이는 우리 몸의 대사(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기자는 소변검사에서 세균 대사물인 ‘마뇨산염’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는데, 이는 몸속에 세균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 교수는 “신체 대사 효율이 30, 40대 수준으로 크게 떨어져 있다”며 “말 그대로 큰 질병은 없지만 언제 앓아누워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 식습관, 운동량만 늘려도 체질 개선 가능
몸의 긴장을 안고 사는 다른 직장인도 이번 검사를 받았다면 아마 결과가 비슷할 것이다. 서 교수가 말한 기자가 반드시 고쳐야 할 습관은 식습관이다. 50종 음식물 알레르기 검사 결과에 따르면 기자의 몸은 우유, 밀가루, 달걀 등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유제품, 빵, 분식은 기자가 평소 가장 즐기는 음식이라는 사실. 결국 적어도 집에서 밥을 해 먹을 때만이라도 잡곡밥, 채소류가 중심이 된 옛날식 식단으로 차려 먹으라는 것이 서 교수의 중요한 처방이었다.
▼[주치의 한마디]“콩-살코기로 단백질 보충… 탄수화물 의존증 벗어나야”▼
이 기자처럼 대사 속도가 느린 사람은 특히 초콜릿, 빵 등 단당류 위주의 식단에 빠져들기 쉽다. 몸이 에너지를 내는 대사 과정에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순서대로 태우는데, 이 속도가 워낙 느리다 보니 즉시 반응할 수 있는 탄수화물에 중독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이 기자는 매 끼니 살코기, 익힌 생선, 두부, 콩, 현미 등이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탄수화물 의존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몸에서 중금속 ‘수은’이 과다하게 검출된 점이다. 수은은 참치, 연어회를 매주 즐기는 이 기자의 식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중금속은 좋은 미네랄의 활동을 방해해서 두통이나 피로감을 유발하고 각종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회를 완전히 끊을 수는 없겠지만 섭취를 주 2회 이하로 줄이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