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100일 되도록 정부 약속 공염불… 부산 지원센터 치료 아닌 상담만 그나마 부산外 가족들은 이용못해 결국 자비 들여 정신과 치료받아
2월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내 체육관 붕괴 사고로 딸 진솔 양(19)을 잃은 김판수 씨(53)는 부인과 함께 지인의 소개로 3개월째 부산의 한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는다. 한 달에 두 번 처방을 받고 약봉지를 100개 넘게 받아온다. 하루 세 번 3알을 먹고, 오후 11시 딸아이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던 시간에는 수면제와 신경안정제까지 복용한다. 김 씨는 사고 후 정부로부터 정신과 치료에 대한 어떠한 안내나 지원도 받지 못했다.
27일이면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로 부산외국어대 대학생 9명과 이벤트 업체 직원 1명 등 10명이 숨진 지 100일째가 된다. 사고 당시 정부 부처(교육부)와 지자체(부산시), 부산외대 등은 “피해자 가족들이 사고로 인한 충격을 완전히 극복할 심리지원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한 결과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연락이 닿은 다섯 가족 모두 “심리 지원과 관련해 어떤 도움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정신과 치료에 필요한 병원 섭외와 비용을 자비로 해결해 왔다. 고 윤체리 양(19)의 아버지 윤철웅 씨(48)는 “정부 등으로부터 정신과 치료에 대한 지원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심리지원과 관련해 취재진이 문의하자 교육부는 “소방방재청 소관이라 잘 모른다”고 했고 소방방재청은 “학교 내에 상담센터를 운영했다”고 해명했다. 부산외대 재난대책본부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정신과 치료를 자비로 받고 있다는 걸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채정호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의 허술한 심리치료 지원체계로 볼 때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홀대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아내 관리하고 지원부서를 일원화하는 등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