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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문재인 선대위원장이 통진당과 단일화 지원해도 되나

입력 | 2014-05-26 03:00:00


새정치민주연합이 울산시장 선거에 이어 경남도지사 선거에서도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연대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는 어제 ‘통진당과의 연대와 후보 단일화는 안 된다’는 당의 공식 방침에 반발하면서 통진당 후보와의 독자적인 연대 추진을 시사했다. 그는 “야권 통합으로 출범한 당이 왜 야권 연대를 반대하느냐”며 당의 재고를 요구했다.

김 후보의 어깃장도 문제지만 문재인 의원의 태도는 더 이상하다. 문 의원은 23일 “(통진당과의) 당 대 당 연대는 곤란하지만 지역에서 후보들 간 단일화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사실상 김 후보를 지원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낸 문 의원과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출신인 김 후보의 개인적 친분은 두텁다. 문 의원은 다른 5명과 함께 김 후보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맡고 있다. 그렇다 해도 대통령 후보를 지냈고, 더구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등과 함께 6·4지방선거를 총괄 지휘하는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문 의원이 당의 공식 방침과 배치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옛 민주당은 2012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에 집착한 나머지 당의 정체성은 무시한 채 통진당과 ‘묻지 마 연대’를 맺었다. 그 결과 통진당의 종북(從北) 성향에 대한 국민의 경계심이 희석되면서 통진당 인사들이 대거 국회와 지방자치단체 및 그 산하기관에 진출할 수 있었다. 통진당이 어떤 정당인지는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석기 의원의 경우와,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 심판이 청구돼 심리가 진행 중인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옛 민주당은 통진당과의 연대로 ‘종북 숙주 정당’이란 비판까지 받았다. 이런 정당 후보와의 연대에 문 의원이 사실상 찬성한 것은 ‘닥치고 승리’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통진당과 정체성이 같아서인가.

박광온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당의 원칙과 기본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대외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에 김 후보가 책임 있고 지혜롭게 잘 처리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런 정도로 김 후보가 물러설지 모르겠다. 당 차원에서 좀 더 단호하게 의견을 밝히고, 김 후보가 단일화를 강행할 경우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국민이 새정치연합의 좌표를 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