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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마약판매” 10대 낚시글에 덥석… 투약자 등 20여명 줄줄이 걸려

입력 | 2014-05-27 03:00:00


‘마약과 주사기 등을 판매합니다!’ 1월 3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이런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구입 대금을 보낼 통장 계좌번호까지 적혀 있었다. 이 글은 경찰 수사가 진행된 지난달 2일까지 게시판에 계속 올라왔다. 그 사이 주부, 회사원, 유흥업 종사자, 무명 프로골퍼 등 20명이 마약을 보내 달라며 계좌로 송금했다. 입금액은 8만 원부터 155만 원까지 총 1100만 원이나 됐다.

그러나 송금자들에게 마약은 전달되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송모 군(17·무직·서울)이 마약도 없으면서 돈을 가로챌 목적으로 ‘허위 광고’를 올린 거였다. 강원 정선경찰서는 인터넷 마약 거래를 수사하던 중 송 군의 글을 발견하고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송 군과 송금자들을 검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사한 결과 송금자 가운데 7명이 대마와 필로폰 등 마약류 투약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10대의 낚시질에 실제 투약자들이 걸려든 셈이다.

송 군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대포폰을 사용하고 유심칩을 자주 갈아 끼웠으며 챙긴 돈은 모두 유흥비로 탕진했다. 그는 “돈을 가로채더라도 송금자들이 신고할 수 없을 것 같아 범행을 계획했다”고 털어놓았다. 정선경찰서는 송 군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송금자 20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정선=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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