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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 쌍계사가 있어 다행입니다”

입력 | 2014-05-27 03:00:00

낮엔 가족들 기도, 밤엔 봉사자 휴식… 지친 심신 추스르는 안식처 역할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의 안식처가 된 전남 진도군 첨찰산 쌍계사에 26일 침몰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진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진도군 첨찰산 자락에 자리 잡은 조계종 사찰 쌍계사(雙溪寺). 신라 문성왕 때인 857년 창건된 진도에서 가장 오래된 절이다. 고요한 밤이 되면 이 천년고찰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서 하루 종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한 뒤 지친 몸을 누이러 오는 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달 16일 이후 쌍계사의 일상은 달라졌다. 입구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 고해(苦海)를 벗어나 편히 잠드소서’라고 쓴 하얀 현수막이 걸렸다. 대웅전 한쪽 구석에 마련된 영단(靈壇)에는 희생자들의 위패를 대신한 현수막이 있다. 매달 평균 40∼50명씩 참여했던 템플스테이는 중단됐다. 주지 스님과 사무장 1명뿐인 작은 절에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템플스테이용 개인방 5개와 단체방 2개를 항상 비워 두는 것이다.

사고 초기에는 매일 절을 찾아오는 실종자 가족이 하루에 2, 3명씩 있었다. 애타는 기다림에 지친 가족들은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체육관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이곳을 찾았다. 24일 이곳에서 만난 한 신도는 “실종자 가족들은 주로 낮에 와서 조용히 기도만 드리고 돌아가고 밤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사고 4, 5일째부터 절을 매일 찾아오던 한 남성은 실종된 아내를 기다리며 열흘가량 이곳에 머물렀다. 환갑여행을 떠났던 인천 용유초등학교 동창생인 그는 아내를 두고 혼자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절에 오면서도 꼭 막걸리를 사들고 왔다. 한 병을 다 비우고 나서야 절의 빈방에서 잠을 청했다. 사고 후 현장을 계속 지키고 있는 단원고 김모 교장도 자주 이곳을 찾아와 묵었다.

실종자 수가 16명으로 줄어들면서 쌍계사를 찾는 가족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성보 사무장(58)은 “늘 오던 이들이 어느 날 안 보이면 ‘가족을 찾았나 보다’ 싶어 마음이 놓인다”며 “남은 가족들도 빨리 가족을 찾아 진도를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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