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2월 11일. 대통령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부산 초원복집 식당에 지역 기관장들이 모였다. 두 달 전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난 김기춘 씨가 분위기를 주도했다. “고향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돈이 생기나 밥이 생기나. 그 말은 맞다. 그러나 안 해봐서 모른다. 장관이 얼마나 좋은지. 지금 경북 대구 사람들 섭섭해 한다. 30년간 대한민국을 휘두르다 놓게 되면 손해다…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떠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죽자… 부산 경남 경북까지만 요렇게만 딱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거제 출신인 그는 민자당 후보 YS와 같은 고향이었다.
▷현대 정치사에서 TK와 PK는 다른 길을 간 적이 많다. TK는 박정희 정권 이후 보수 정권의 기반이었다. 유신 독재에 항거한 1979년 부마항쟁은 PK인 부산 마산에서 일어났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1970년대 이후 현대사를 영호남 대결로 인식하지만 영남은 하나가 아니었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와 문재인 의원도 PK이다. 3당 합당 전엔 노무현도 YS 밑에 있었다. 노무현 청와대에선 PK 비서들이 주류였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