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논설위원
이런 태도는 KBS의 회사 분위기, 즉 윗사람이 얘기를 하면 무슨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지 않나 의심하고 보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KBS가 이렇게 각박해진 이유가 역대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 때문인지, 아니면 노조의 정권 길들이기 때문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을 지지하든 한 가지 전제는 공유하고 해결책을 추구한다. KBS는 예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있어야 한다는 전제다. 하지만 KBS가 왜 이대로 계속돼야 하는지 난 의문이다.
공영방송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국가 재난 방송이다. KBS 역시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다. 하지만 이번에 세월호 참사 재난 보도에서 봤듯 KBS가 없다고 해서 누구도 알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느낄 것 같지 않다. 정보의 질을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KBS가 있다고 해서 더 나은 보도를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KBS가 없다고 해서 더 못한 보도를 접하게 될 것도 아니다.
나는 국내에서 출입처를 나갈 때는 잘 몰랐는데 해외에서 특파원을 하면서 KBS를 좀 더 잘 알 수 있었다. SBS에서는 경비 절감을 위해 취재기자만 특파원으로 나온다. 카메라기자는 현지에서 고용한다. KBS는 취재기자와 카메라기자가 함께 나오는 곳이 많다. 카메라기자 한 명 파견에 연봉 1억 원과 주거비 등을 합치면 한 해 3억 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현지어 구사능력이나 현지에 대한 정보는 연봉 수천만 원인 SBS 카메라기자에 훨씬 못 미친다.
감사원이 지난해 KBS 경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1급 이상 직원 382명 가운데 보직 없는 사람이 열에 여섯 명꼴이다. 1급의 평균 연봉은 1억 1600만 원이 넘는다.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심의실 라디오센터 송신소 등에 필요인원 이상이 배치돼 시간을 보낸다. 이런 비효율적인 KBS에 우리는 꼬박꼬박 시청료를 냈다.
나도 좋아하는 KBS의 프로그램이 있다. KBS 제1FM 클래식 방송을 좋아하고, KBS 수신료 일부로 운영되는 EBS의 ‘한국기행’ 같은 교양물을 좋아한다. 그러나 ‘개그콘서트’ 같은 예능 프로그램은 굳이 KBS에서 해야 할 이유가 없다. 민간영역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민간영역에 넘겨줘야 한다. 그렇게 하고도 남는 것, 그것이 공영방송이 맡아야 할 고유한 영역이다.
공영방송의 뉴스는 건조(dry)해야 한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뉴스가 재미없을 정도로 건조하다. 기자들이 쓸데없는 데서 예민해져서 뉴스를 촉촉(wet)하게 만들려다 보니 국민이 동감하기 힘든 포인트에서 격렬한 불꽃을 튀기며 싸우는 것이다. 최근 KBS 내홍이 그렇다.
정정보도문
본보 2014년 5월 27일자 A35면의 ‘KBS는 과연 필요한가’라는 제하의 ‘송평인 칼럼’ 중 세월호 사고를 교통사고와 비교한 KBS 전 보도국장의 발언을 ‘KBS 과학재난부 여기자’가 노조에 ‘고발’하였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