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합병] 4조원대로 커지는 덩치… IT업계 옥동자 될까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웃으며 서로의 어깨를 껴안았다.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네이버에 한참 뒤처진 국내 포털 2위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는 1위지만 글로벌로는 네이버에 역전당한 위기의 두 회사가 도약을 위해 손을 맞잡는 순간이었다.
○ 4조2000억 원 공룡 IT 기업 탄생
양사의 합병은 외형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비상장사인 카카오가 상장사인 다음을 인수해 우회상장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다음의 시가총액은 1조591억 원인 데 비해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3조2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업계에선 “IT 업계의 대세가 모바일로 넘어간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합병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지분 38.9%를 확보해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다음의 최대주주였던 이재웅 다음 창업자의 지분은 3.4%에 그쳐 사실상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양사는 8월 주주총회 승인을 얻은 뒤 10월 1일자로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 다음 ‘콘텐츠·인력’-카카오 ‘모바일’ 맞교환
그간 다음은 날로 좁아지는 포털 시장에서의 입지와 모바일 시장에서의 부진이,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얹을 새로운 콘텐츠 및 성장동력 고갈이 문제였다. 양사는 이런 고민을 합병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카카오는 콘텐츠 및 인력수급 걱정도 덜었다. 현재 카카오의 국내외 가입자는 1억4500만 명에 이르지만 직원은 550여 명에 불과하다. 카카오 게임 외 성공적인 수익모델도 찾지 못했다. 포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으로 카카오는 2600명에 이르는 다음 직원과 다음 포털 내 방대한 콘텐츠를 카카오톡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다음의 개발자들은 그간 신규 서비스 개발에 어려움을 겪던 카카오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IT 업계는 카카오가 다음의 메일, 카페, 뉴스, 게시판 등 다양한 콘텐츠를 카카오톡에 접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은 카카오를 통해 국내 1위 모바일 플랫폼을 얻었다. 현재 다음의 검색 점유율(약 20%)은 네이버(약 75%)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는 네이버와 구글의 압박을 동시에 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통해 다음이 카카오톡에 접목되면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의 입지가 단숨에 상승할 수도 있다.
○ ‘다음과 카카오는 연애결혼’
26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회견에서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왼쪽)와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일각에서는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인터넷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하지만 카카오와 다음 모두 해외 사업에서 성공적이었던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터넷 시장 공세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대형 국내 기업이 탄생한 것은 반길 일”이라며 “그러나 다음카카오가 국내외 시장에서 네이버급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우선 imsun@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