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래, 풍경, 2012년
수백 개의 동파이프 고리를 연결해 소나무의 구부러진 형태와 거친 껍질의 촉감마저도 사실적으로 재현한 이 조각품은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제작 비법을 공개하자면 동파이프를 일정한 간격으로 절단해 망치로 두드려 크기나 두께가 제각기 다른 수백 개의 타원형 고리를 만들고 용접작업으로 소나무 형상을 조각한다. 소나무와 동파이프를 결합시킨 의미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한편 청동소나무를 조각하는 의도는 영원히 죽지 않는 소나무를 이 땅에 심겠다는 바람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이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산문집 ‘나무들’ 중에 나오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나무가 크고 작은 숲에 종족을 이루고 사는 것을 숭배한다. 나무들이 홀로 서 있을 때 더더욱 숭배한다. 그들은 마치 고독한 사람들과 같다. 시련 때문에 세상을 등진 사람들이 아니라 위대하기에 고독한 사람들 말이다.’
이길래는 위대하기에 고독한 사람을 한 그루의 청동소나무에 비유한 것일까. 그리고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이 아닐까.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