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반적인 결혼식 모습. 동아일보DB
가와니시 히로미
대부분의 결혼식은 40분 정도 지나니 모두 끝났다.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이 끝난 후에는 받은 식권을 가지고, 각자 식사 장소로 이동해 먹고 해산했다. 돌아가는 길, 배는 불렀지만 만족감이 들지 않았고 뭔가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결혼식은 하객들이 모두 앉아야 진행된다. 신랑 신부가 미리 누가 어디에 앉을지를 정해놓는다. 식이 시작되면 문이 딱 닫혀 하객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기 어렵다. 나쁘게 말하면 약간의 연금 상태다.
축의금은 최저 3만 엔(약 30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 시간도 돈도 많이 든다. 젊었을 때는 결혼식 초청이 몇 건 생기면 “아, 너무하다”며 비명을 지르고 싶어졌다.
한국에서는 친구나 직장 및 사업관계의 사람들 자녀 결혼식까지 참석한다고 한다. 인간관계가 끈끈해서이리라. 의무나 의리로 가야 하는 결혼식 횟수가 많은 한국과 횟수는 많지 않지만 축의금이 많은 일본 중 어느 쪽이 좋을까.
또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한국 결혼식장 접수처에 놓인 흰 봉투다. 사람들이 축의금을 넣는 봉투였다. 일본은 화사한 색깔에 무늬가 많이 들어간 큰 봉투를 축의금 봉투로 준비한다.
한국 결혼식장에서 본 흰 봉투는 다른 곳에서도 보였다. 친구의 부친이 사망해 밤중에 장례식에 갔을 때였다. 장례식장 입구에도 흰 봉투들이 놓여 있었다. 모두 봉투 앞에 이름을 쓴 뒤 우체통 같은 통에 넣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온 사람들을 위해 편리하라고 준비한 것 같다.
한국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는 아버님의 영정이 놓여 있는 제단 근처에서 찾아온 사람들을 맞이하면서, 옆으로 와서 사람들과 담소도 나누었다. 한쪽에서는 울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인에 대한 것만 생각하도록 배려할 수는 없을는지’ 하는 생각과 함께 친구가 안쓰러웠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장례식장이 병원 바로 옆, 아니 한공간에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병원이 장례식장도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놀랐다. 몇몇 친구에게 “왜 병원 안에 장례식장이 있냐”고 물었는데, 오히려 모두 나를 이상하다는 듯 보며 “편해서”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같은 시설 안에 장례식장이 있으면 편리하고 실리적인 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그래도 고인을 애도한다는 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같은 장소가 아니라 따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전에, 내가 일본에서 방문한 양로원 옆에는 묘지가 있었다. 거기서 사는 노인들은 매일 묘지를 보면서 생활하고 있다. ‘언젠가는 모두 묘지로 간다’고 달관하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두 곳이 인접한 것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을까. 그때는 내가 아직 젊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려니 싶었지만, 지금도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사람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병원과 장례식장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마지막을 꼭 실리적 합리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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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니시 히로미 씨는 한국에서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있는 일본 주부다. 한국에서 산 지도 3년째에 접어든다.
가와니시 히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