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색 안경을 낀 무표정한 지도자’로 잘 알려진 폴란드 공산정권의 마지막 대통령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가 25일(현지 시간)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90세. 2011년 암 진단을 받은 그는 이달 초 뇌중풍이 겹쳐 군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야루젤스키는 옛 소련 공산주의 몰락 직전 연대노조를 합법화했고 1989년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됐다. 하지만 폴란드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면서 1990년 9월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고 같은 해 12월 치러진 직선 대통령 선거에서 바웬사에게 대패했다. 강한 민족주의 성향 집안에서 태어난 야루젤스키는 처음엔 반(反)공산주의자였다. 이 때문에 1941년 소련군은 그의 가족 모두를 시베리아로 추방했다. 시베리아에서 벌목공으로 일하던 그는 설원에 장시간 눈이 노출되면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 그가 평생 짙은 안경을 쓰게 된 이유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