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잊지 못할 말 한마디] 美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김경집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
욕망이 없는 삶도 사람도 없다. 모든 욕망이 나쁜 건 아니다. 자신을 더 나은 존재로, 보다 인격적이고 사람다운 삶으로 살게 이끄는 내적 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물질에 대한 욕망은 자칫 인간 전체를 망가뜨리고 삶을 타락시키기 쉽다. 그걸 덜어내야 자유롭고, 삶도 사랑도 더 농밀해진다. 쓸데없는 욕망이 나를 갉아먹으려 할 때 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의 이 말을 기억한다. 월든 호숫가에 두 평 남짓한 작은 통나무집을 제 손으로 짓고 직접 농사지어 자급자족하며 노예로서의 삶을 근원적으로 거부한 소로가 원한 것은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이었다.
그는 월든에서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라고 말했다. 그가 숲 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래야 죽음을 맞았을 때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며 탄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를 가질 때 풍요롭지만 둘을 갖게 되면서 결핍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의 본질이다. 물질에 대한 헛된 탐욕이 커질수록 삶은 부박해지고 의미는 퇴색한다. 그리고 그 탐욕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갉아먹는다. 세월호의 비극은 헛된 탐욕의 끝이 어떤 것인지 아프게 보여주었다.
“좁고 꼬불꼬불하더라도 사랑과 존경으로 걸을 수 있는 길을 추구하라”는 소로의 충고는 그런 탐욕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때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삶의 머릿돌이리라. 돈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아름다운 영혼의 삶을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우리는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부자일 것이다. 흔들릴 때마다, 갈등할 때마다 나는 소로의 이 외침을 새긴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김경집 (인문학자·전 가톨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