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눈 위해 가릴 수 있다면 다 가려라
5월 이후 낮 최고 30도를 넘나들며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여름은 매우 무더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봄철 기온부터 평년보다 0.4∼1.8도 상승한 수치를 나타냈기 때문. 무더운 여름 우리를 무엇보다 힘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낮시간 태양이 쉼 없이 내뿜는 ‘자외선’이다.
피부질환 유발자 자외선
자외선은 태양광선의 일종이다. 자외선은 파장의 길이(나노미터·nm)에 따라 자외선A(UV-A·320∼400nm), 자외선B(UV-B·280∼320nm), 자외선C(UV-C·100∼280nm)로 나뉘는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 몸에 악영향을 미친다.
피부가 벗겨지고 물집이 생기는 ‘일광화상’의 원인은 UV-B다. 피서지에서 피부가 UV-B에 오래 노출되면 붉은 반점이 생기고 심하면 물집이 잡힌다. 이후 피부가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하면서 색소 침착이 일어난다. 이 과정이 무척 따갑고 가려워 많은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피부과를 찾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장 무서운 건 바로 UV-C가 유발하는 ‘피부암’이다. 파장이 짧은 UV-C는 지상에 닫기 전 대부분 오존층에 흡수돼 지상으로 내려오는 양이 극히 적었다. 하지만 최근 환경오염으로 UV-C가 그대로 지면으로 내리쬐는 양이 늘었다. 1%의 오존층이 파괴되면 피부암 발생률이 5%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피부암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피부암 중 가장 악성인 흑색종 환자는 매년 8%씩 늘고 있다. 피부암 환자가 가장 많은 호주에서 피부암 연구 권위자로 활동 중인 게리 마크 할리데이 시드니대 의대 교수는 “세계적으로 연간 8%씩 환자가 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한국도 더이상 피부암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익상편, 망막변성증, 백내장 원인도 자외선
자외선은 피부에만 해로운 게 아니다. 약한 점막질로 이뤄진 눈 역시 자외선에 매우 취약한 신체부위 중 하나다. 강자헌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눈 점막은 일반 피부보다도 훨씬 연약한 조직이다”며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눈 역시 심각한 화상을 입고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노인 대부분이 앓는 백내장 역시 UV-A가 주요 원인이다. 안구 안쪽의 수정체가 자외선으로 인해 손상되고 하얗게 혼탁해지는 것. 강 교수는 “고령화 현상으로 나이 든 노인이 많아지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자외선 노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백내장 환자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긴 옷, 선글라스 착용 생활화… 선크림이라도 바르자
우리 몸의 자외선 노출량을 줄이기 위해선 피부를 최대한 가릴 수 있는 의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긴소매 옷을 걸치고 테두리가 큰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는 게 도움이 된다. 또 의복은 마른 상태가 젖었을 때보다 차단 효과가 크다. 전문가들은 “눈 건강을 위해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는 선글라스 착용을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입을 모은다.
한낮에 외출은 해야 하고 긴 소매 옷은 더워서 못 입겠다면 ‘자외선차단제’(선크림)를 최소 외출 30분 전에는 미리 발라야 한다. 선크림의 효능은 SPF(Sun Protection Factor)와 PA(Protection Factor of UV-A)로 표시한다. SPF는 UV-B 차단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SPF가 30 이상인 선크림을 3, 4시간 단위로 다시 발라줘야 자외선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여름철 강해지는 자외선 이렇게 대비하세요 ::
긴소매 옷과 테두리가 큰 모자 및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자외선차단제(선크림)를 외출 30분 전에 미리 바른다
선크림은 적어도 SPF 30 이상, PA+ 2개 이상을 선택한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