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검사’라고 총리 성공 보장 못해, 당장 ‘권력형 변호사 수입’ 의혹 난감 총리 되어도 독선 독주하면 실패…혼자 빛날 수 있는 자리 아니다 코디네이터 잘해야 참된 책임총리 ‘자기 정치’할 사람이라는 예상 깨고 힘겹게 사는 국민 위해 헌신해야
배인준 주필
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안대희 부산고검 차장검사는 검찰의 꽃인 대검 중앙수사부장으로 영전했다. 길지 않은 중수부장 1년 3개월 사이, 대선 직후의 설거지 수사 과정에서 칼날을 세운 덕에 안 부장은 ‘국민검사’로 등극했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당’으로 낙인찍혔고, DJ 측근이던 박지원 씨에다 당대권력의 오른팔 안희정 씨까지 그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주 새 총리로 지명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안 후보자는 “초임 검사 때부터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 제게 국무총리를 맡긴 것은 수십 년 적폐를 일소하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자부심과 소신이 짙게 밴 일성이었다.
박 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지명한 날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공직사회의 적폐를 척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가 개조를 추진하기 위해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안 후보자 본인과 청와대의 호기로운 발언은 곧 말빚이 되고, 부메랑이 되는 양상이다.
안 후보자는 더는 수사권을 휘두르는 ‘칼잡이’가 아니다. 오히려 공수(攻守)교대가 되어 야당이 청문회도 하기 전에 그의 낙마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박근혜 대선운동의 한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에 검찰과 법원의 단순한 전관예우를 넘어 ‘언젠가는 요직에 앉을 잠재적 권력자’라는 몸값을 이용해 거액의 변호사 수입을 올렸을지 모른다는 의심까지 해소해야 할 처지이다. 만약 그가 총리가 되지 못한다면 박 대통령은 작년 1월 김용준 씨에 이어 두 번이나 총리 임명에 실패하면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안 후보자가 검증을 돌파해 총리가 되었을 때도 그의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는 ‘책임총리가 돼라’는 여론의 주문을 받고 있고, 본인 스스로 책임총리를 자임하고 있다. 그래서 장관 제청권 행사 과정에서부터 청와대와 부딪칠 소지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책임총리는 국민에 대한 책임과 선거로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조화시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총리의 주임무는 ‘대통령 보좌’이다. 하루 1000만 원을 번 변호사가 총리가 되어, 공무원의 100만 원 뇌물 봉투를 형사처벌하는 김영란법을 얼마나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검찰 주변 일부 인사는 그가 ‘책임총리의 이름으로 자기정치를 할 사람’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도박사적 기질을 드러내 큰 스윙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자칫하면 청와대와 본인이 함께 표방한 ‘국가 개조’는 메아리 없는 구호로 사라지고 권력 갈등만 불거질 소지도 우려된다. 안 후보자가 제43대 대한민국 총리가 되면 결코 가지 말아야 할 길이 그 길이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