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산업연구원 한달 실적 조사 “단일 사건 영향으론 가장 심각”
서울 종로의 한 치킨 전문점은 지난달 세월호 참사 이후 하루 매출이 반 토막 났다. 하루 400만∼500만 원어치를 팔았는데 요즘은 250만∼300만 원 정도로 줄었다. 5∼10명 단위의 단체 손님이 확 줄어든 탓이다.
업소를 운영하는 장모 씨는 “요즘도 하루 예약이 한두 건이면 많은 편”이라며 “종업원을 차마 내보낼 수는 없고, 하루 근무시간을 한두 시간 줄인 뒤 월급을 깎으면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서민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 부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동네 식당들의 세월호 사고 이후 매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식당 10곳 중 8곳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당수의 식당 업주들이 장사가 안 되자 종업원을 내보내고 있어 일자리 불안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는 식당의 규모, 지역, 업종별로 500개의 표본을 뽑은 뒤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업주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에 응한 식당 가운데 사고 후 한 달간 매출이 예전보다 감소했다고 답한 곳은 78.0%였다. 매출이 늘어난 곳은 2.0%뿐이다.
특히 치킨 전문점의 경우 사고 후 일주일간 매출 감소업소 비율은 94.7%에 이르렀다. 응답자들은 매출이 평소처럼 회복되는 데 평균 2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 일자리 사정도 빨간불
5월 중순경 서울 시내의 한 특급호텔 한식당에선 오후 7시 저녁시간인데도 테이블 두 개에 4명의 손님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소비자들도 주변의 눈을 의식해 외식을 줄인 것이다. 이 식당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종업원을 내보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A 씨(60)도 “평소엔 일용직 직원을 뽑아서 썼지만 최근에는 아내와 둘이서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식당 주인 중 15.7%는 종업원을 내보내거나 월급을 깎았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특히 대형 식당(21.0%)에서 많았다. 중소형 식당의 고용이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종업원을 감축한 식당은 20% 안팎인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대도시(31.5%)나 광역시(36.5%)보다 중소도시(39.7) 식당의 매출 감소가 컸다. 연구를 진행한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일상적인 소비가 일어나는 대도시와 달리 여행객 수요 등 경기 의존도가 높은 중소도시의 식당이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했다. 장수청 한국외식산업연구원장은 “종업원 인력 감축은 국민경제 측면에서 고용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의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소비자심리지수 8개월 만의 최저 수준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에 105로 전월(108)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지난해 9월(1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세부지표를 보면 현재의 경기판단을 나타내는 지수는 76으로 전월(91)보다 15포인트나 하락했고 향후 경기전망지수도 94로 7포인트 떨어졌다. 또 현재 생활형편과 생활형편 전망, 소비지출 전망 지수 역시 전월보다 각각 2포인트씩 하락했다. 이달 13∼20일 전국의 약 2000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지난달 세월호 참사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 첫 소비자심리 조사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황수현 기자 soohyun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