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해외진출-脫석유화학-프리미엄화 나선 국내 화학기업들]
무함마드 알마디 사빅 부회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모사에드 알오할리 사빅 부사장(왼쪽에서 네 번째) 등이 27일 울산 남구 SK종합화학 넥슬렌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SK종합화학 제공
SK종합화학은 27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사빅과 자체 개발한 고성능 폴리에틸렌 ‘넥슬렌’의 생산 및 세계시장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올해 안에 절반씩 지분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SK종합화학이 올 초 울산에 준공한 넥슬렌 공장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2공장을 건설하는 등 글로벌 생산기지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 SK, 사빅과 손잡고 세계로
SK종합화학이 2010년 말 국산화에 성공한 ‘넥슬렌’은 필름,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이다. 현재 미국의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등 일부 메이저 화학사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에틸렌 생산량 세계 1위 업체인 사빅과 합작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고, 사빅의 전 세계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이번 합작은 최태원 회장이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사빅 측에 전략적 제휴를 제안한 이후 2년 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우리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물론 글로벌 확장 전략에 있어 최적의 파트너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키워드는 ‘해외 진출’ ‘고부가가치 제품 육성’ ‘탈(脫)석유화학’이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함께 하반기 중국에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세운다. LG화학도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화학기업 베르살리스와 협약을 맺고 자체 생산한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유럽에 공급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올해 3월 2억 달러를 들여 해수담수화 필터를 생산하는 미국의 수처리 업체를 인수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베르살리스와 합성고무 생산·판매 합작법인을 세웠다.
신사업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은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탄소섬유 사업에 뛰어들었고 현대오일뱅크는 카본블랙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태양광사업에 2조 원 이상 투자해온 한화케미칼은 올해 1분기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저조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사업이 24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LG화학도 전지 부문이 1분기(1∼3월)에 흑자로 전환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