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추적] 검찰수사로 드러난 도피 행각
○ 유 전 회장 측근 “순천 별장 비워둬라”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금수원 이석환 상무(잠적)는 지난달 29일 순천시의 구원파 신도인 변모 씨(62) 부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상무는 변 씨에게 “별장 ‘숲속의 추억’을 비워 달라”고 했다. 변 씨 부부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이 대표인 몽중산다원영농조합 소유 송치재휴게소(상행선 방향)와 S염소탕 식당, ‘숲속의 추억’을 관리해 왔다.
지난달 29일은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검찰에 소환되고 송국빈 다판다 대표에게 소환 통보가 된 날이다. 앞서 유 전 회장의 개인사업체인 붉은머리오목눈이 사무실 등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수사가 자신을 향해 조여들기 시작하던 때다.
○ 차량 번호판 바꾸려 전동 드릴도 준비
순천 별장이 은신처로 정해지자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양모 씨(56·지명수배)와 설계업자 한모 씨(49)는 이달 6∼8일 별장 인근에 머물며 유 전 회장의 은신이 용이하도록 별장 내부 수리에 나섰다. 목수인 양 씨는 별장 창문을 가리기 위해 순천시내 마트에서 커튼을 구입하는 등 각종 물품을 샀다. 창문에는 부직포를 붙여 빛이 새 나갈 틈을 모두 막았다.
또 변 씨에게 차량 번호판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도록 충전형 드릴을 준비하게 했다. 유 전 회장이 가짜 번호판을 달고 검경의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대비한 것이다.
한 씨는 17일경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미네랄 생수 3, 4박스와 말린 과일 등 유 전 회장이 먹을 음식물을 차량에 실어 별장에 가져왔다. 이들은 추적을 피해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서로 연락했다. 검찰은 은신 준비가 끝난 이달 초순경 유 전 회장이 순천에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엔 17일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보다 열흘 정도 전에 몸을 숨긴 것이다.
25일 별장에서 체포된 30대 여신도 신모 씨(구속영장 청구)가 언제부터 유 전 회장과 머물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 씨는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두 번 봤다. 신 씨가 추 씨, 양 씨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반면 추 씨는 “유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 양 씨와 한 씨가 순천에 온다고 해 숙소만 마련해 줬을 뿐”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최측근인 양 씨는 지금도 도피 중인 유 전 회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 측은 최근 신도들이 잇따라 체포되자 검찰이 과잉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27일 구속된 신도 4명은 유 전 회장 또는 구원파와 깊은 관계가 있는 인물이었다. 변 씨 부부는 유 전 회장의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차명 휴대전화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추 씨는 몽중산다원영농조합법인 감사이자 세모스쿠알렌 순천대리점 대표다. 체포 상태인 이재옥 이사장은 구원파가 18일 언론에 금수원을 공개할 때 전면에 나서 유 전 회장을 옹호했다.
인천=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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