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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삼국지… 점유율 뒤집히나

입력 | 2014-05-29 03:00:00

[맥주시장 지각변동]<1>국내 주요제품 전문가 평가
롯데 ‘클라우드’ 앞세워 공세 펼쳐… 하이트는 1위 탈환에 ‘다걸기’
월드컵 후원 오비도 대대적 마케팅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2012년 11월 한 영국인 기자의 짧은 글이 국내 맥주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그의 ‘도발’이 힘을 얻은 것은 북한 맥주라는 자극적 표현도 한몫했지만, 국내 많은 소비자가 그의 발언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를 전후로 국내 맥주시장은 양적으로, 질적으로 큰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 맥주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국내 주요 기업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4회 시리즈로 점검해 봤다.

○ 롯데 진입, 에일맥주 등장 등 지각변동

‘유통 공룡’인 롯데의 시장 진입이 지각변동의 출발점 중 하나다. 롯데주류는 지난달 22일 신제품 ‘클라우드’를 내놓고 공세를 펴고 있다. 롯데주류에 따르면 4월 열흘 간 클라우드는 롯데마트에서 13.2%, 홈플러스에서 5.5%, 세븐일레븐에서 5.2%의 판매 점유율을 기록했다.

롯데는 신제품 공개와 동시에 생산시설 추가 투자와 후속 신제품 출시 준비에 본격 착수할 정도로 공격적인 시장 진입을 하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공격적인 투자다.

기존 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시장 재역전에 ‘다걸기’한 하이트진로는 최근 핵심 제품인 ‘하이트’의 이름만 빼고 재료, 제조방법, 제품 디자인 등을 모두 바꿨다. 1993년 출시 후 처음 하는 과감한 도전이다.

지난해엔 ‘퀸즈에일’로 국내에 에일 맥주를 처음 선보였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가량이고, 유럽에서만 주로 마시는 ‘비주류 맥주’ 에일 시장에 국내 대형 업체로는 처음 도전한 것이다.

국내 1위 오비맥주도 큰 변화를 겪었다.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인수되면서 전략 변화가 점쳐진다. 퀸즈에일에 대항한 ‘에일스톤’을 최근 출시했고, ‘카스’가 월드컵 공식 맥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차원이 다른 마케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 “최근 나온 1개 빼곤 여전히 밍밍” ▼

“대동강맥주보다 맛없다” 맛 논쟁 부른 前외신기자 인터뷰


“최근에 새로 나온 한국 맥주 중에 딱 하나가 대동강맥주만큼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는 아니에요.”

‘한국 맥주 맛’ 논쟁의 주인공인 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에게 최근 나온 국산 맥주들을 마셔 보라고 한 뒤 “아직도 한국 맥주가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느냐”고 질문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 한국의 지인들과 함께 서울 이태원에 수제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5개 맥주에 대해 25점 만점에 평균 11점을 줬다. 국내 전문가들의 평균 점수(18점)보다 박했다. “여전히 특징이 없다”는 것.

―당신의 기사가 큰 논쟁으로 이어진 이유가 뭐라고 보나.

“북한 맥주랑 비교해서 주목 받은 것 같다. 나라마다 상징적인 항공사, 축구팀, 가수가 있는 것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 않나. 밍밍한 맥주에 질린 사람들이 저에게 동감한 것 같다.”

―맥주 논쟁에 대한 의견은….

“소비자들은 세련된 취향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몇 업체가 독차지한 시장이 변화를 추구할 리 없다. 한국 맥주 업체들의 연구개발(R&D) 비용 비중은 (매출의) 0.27%밖에 안 된다. 사실 기사의 진짜 타깃은 (대동강맥주와의 비교가 아니라) 독과점이었다.”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바뀔까.

“이제 다양성 활성화를 위한 출발점이라고 본다. 막걸리랑 비슷하게 동네마다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수출도 되면 좋겠다.”  

▼ 전문가들 “더 다양한 맥주 나와야” ▼

소규모 양조시설을 갖춘 맥주회사도 주류제조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되면서 두 회사가 시장을 양분하는 데서 여러 회사가 조금씩 시장을 나눠 갖는 ‘롱테일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맥주시장, 질적으로도 성장할까

지각변동이 과연 질적인 성장으로도 이어질까. 정헌배 중앙대 교수와 박경준 ㈜더한 주류사업부 고문, 정철 서울벤처대학원 교수, 브라우 마이스터 류강하 씨, 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 등 전문가 5명의 평가를 들어봤다. 평가 대상은 3사의 라거 계열 대표 제품인 카스(오비), 뉴 하이트(하이트), 클라우드(롯데), 그리고 에일맥주인 에일스톤(오비)과 퀸즈에일(하이트)이다. 이 중 4개 제품은 지난 1년 사이 처음 선 보인 것이다. 평가기준은 △겉모습 △맥주의 향 △청량감 △목 넘김 등으로 나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국산 맥주가 제조기술이 뛰어나지만 높은 세율과 독과점 체제로 프리미엄 제품의 다양성이 부족했던 것을 문제 삼아왔다. 그만큼 특색 있는 맥주가 드물다는 지적이다.

시음 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과거보다 특색을 살리려는 노력이 두드러졌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에일 계열 맥주가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배려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퀸즈에일은 독특한 쓴맛이 호평을 받았고, 에일스톤은 볶은 보리향을 강조한 아로마와 풍미가 뛰어나다는 평가였다.

라거 계열 가운데선 클라우드가 풍미와 풍부한 거품, 목 넘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카스는 청량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뉴 하이트는 맛이 부드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맥주는 술을 많이 먹는 소수 ‘주당’의 취향에 맞춘 제품이 주류였다”며 “이제 시장은 술을 적게 먹지만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제품 중심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nex@donga.com·류원식·권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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