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最古 카시트업체 ‘순성산업’ 안전성 논란에 전량 자진 리콜… 전화위복돼 소비자 신뢰 얻어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의 순성산업 본사에서 이덕삼 사장이 자사 카시트 제품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순성산업 제공
198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순성산업이 카시트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은 불모지였다. 유아용품과 장난감을 만들던 이 회사는 일본 제품을 흉내 낸 철제 카시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덕삼 순성산업 사장은 “당시엔 자동차 보급률도 낮았고 카시트가 뭔지 아는 사람이 없던 시절”이라며 “외형만 따라했지 사실 카시트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품질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고생 끝에 카시트 개발에 성공했지만 안전성 검사가 난관이었다. 당시 정부는 검사 장비가 없었다. 그래서 테스트를 하는 민간 업체에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이 사장은 검사 장면을 공개하지 않으려는 해당 업체 경비실에서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며 참관을 간청하기도 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납품 대금을 못 받는 일이 쌓였다. 결국 2000년 부도를 맞았다. 당시 국내 제조 카시트는 재래시장 장난감 가게 정도에서만 유통됐다. 제품이 다 팔려야 수금을 할 수 있었다. 제품 값도 제멋대로였다.
고생 끝에 10개월 만에 빚을 다 갚았다. 그러자 기적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2002년 4월 경찰청에서 운전자 안전벨트 미착용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카시트 미설치도 단속 대상이 됐다. “뉴스가 나오자마자 대박이 났죠. 당장 대형마트에서 무작정 5t 트럭을 보내며 생산되는 대로 무조건 실어 달라는 거예요. 그땐 직원 모두 밤새워가며 공장을 계속 돌려야 했습니다.”
잘나가는가 했더니 2004년에 다시 문제가 터졌다. 한 방송사에서 카시트 안전검사 인증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면서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이 사장은 제품 전량에 대해 자진 리콜을 결정했다. 당시 손해액이 연 매출의 절반 가까운 10억 원 정도였다. 이 일은 전화위복이 됐다. 영·유아 브랜드 회사들의 신뢰를 얻어 이후 아가방 해피랜드 등에 카시트를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