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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일본야구 넘겠다” 멀리보는 류중일

입력 | 2014-05-29 03:00:00


류중일 감독은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선수로 13년, 코치로 11년을 보내는 동안 9명의 감독을 모셨다. 류 감독은 “김성근 백인천 김응용 선동열 등 당대 최고 명장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 게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류중일 삼성 감독은 요즘 남부러울 게 없다. 류 감독이 이끈 삼성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휩쓸었다.

올해도 시즌 초반 잠깐 부진했지만 어느새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27일 LG와의 경기에서 마무리 임창용을 내고도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연승 행진이 11에서 멈췄지만 삼성은 여전히 자타공인 최강팀이다. 28일 경기 전 잠실구장에서 만난 류 감독은 “남들은 11번 이기고 한 번 졌으니 괜찮지 않느냐 할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고 속상했다”고 했다. 불과 하루 뒤 삼성은 2-4로 뒤지던 8회에 터진 이승엽의 천금같은 3점 홈런 등에 힘입어 7-4로 역전승하며 전날 충격을 털어냈다. 올해 성적은 29승 1무 14패가 됐다. 지금 추세라면 삼성의 사상 첫 통합 4연패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2002년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삼성은 프로야구 출범 후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그런데 2002년부터 벌써 6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야구에서만은 1등이 아니던 삼성이 이제는 야구에서도 1등인 시대가 된 것이다.

삼성의 독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류 감독은 스스로를 ‘복장(福將)’이라고 부른다. 사실 운도 좋은 편이다. 2011년 첫 우승 후에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서 뛰던 ‘국민타자’ 이승엽이 돌아와 2012년 2연패의 주역이 됐다. 올해는 철벽 마무리 오승환이 일본 한신으로 떠났지만 그 자리를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임창용이 메우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한발 앞선 투자와 준비다. 최근 강팀의 조건은 선수층의 두께다. 팀당 128경기를 치러야 하는 장기 레이스에서 부상과 슬럼프는 피할 수 없다. 그래서 1군 같은 2군 선수, 주전 같은 백업 선수를 키우는 게 관건이다.

최근 삼성은 한두 군데 구멍이 난다 해서 무너지는 팀이 아니다. 포수 이흥련, 외야수 박해민, 내야수 백상원 등 경산볼파크에서 쏟아져 나온 젊은 선수들이 주전들의 구멍을 말끔히 메운다. 조동찬과 권오준 등 부상 선수들은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조만간 복귀할 예정이다.

현재도 충분히 잘나가고 있지만 삼성은 향후 10년을 먹여 살릴 씨앗을 이미 뿌려 놨다. 올해부터 시작된 ‘BB(Baseball Building)아크’라는 새로운 선수 육성 시스템이다. 쉽게 표현하면 10명 안팎의 유망주에게 독선생을 붙이는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와 삼성 등에서 뛰었던 가도쿠라 켄 코치가 고교 시절 한 경기에서 26개의 삼진을 기록한 투수 이수민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식이다. 류 감독은 “가장 뛰어난 코치를 BB아크에 투입해 유망주들을 조련할 계획이다. 이 선수들이 5년, 10년 뒤에는 삼성의 기둥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시스템의 효과가 드러나면 다른 팀들 역시 벤치마킹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 삼성은 이미 한발 앞서간 뒤다. 류 감독은 “삼성의 역할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끝나지 않는다. 삼성이 앞서가면 다른 팀이 따라와 한국 야구 전체의 수준이 향상된다.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언젠가는 일본 야구를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소니를 뛰어넘은 삼성전자처럼 삼성 라이온즈의 눈도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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