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참사] ‘안전 사각지대’ 요양병원
이번엔 노인들이… 28일 화재로 21명이 사망한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2층 복도에 침상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바닥과 천장 등에 온통 검은 그을음이 묻어 있다. 장성=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B요양병원은 대피로가 좁고 가파른 계단이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겐 그림의 떡처럼 보였다. 심지어 구급차 전용 주차장이 제대로 확보돼 있지도 않았다. 제2의 장성 참사가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 고령화 여파로 요양기관 난립
요양병원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 수 대비 의료진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40명당 1명의 의사, 입원환자 6명당 1명의 간호사를 채용해야 한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교대근무를 하면 실제 환자당 의료인 비율은 더 낮아진다. 가령 환자가 60명이고 간호사가 10명인 요양병원이라도 2교대 근무가 시행되면 밤에는 간호사 5명 정도만 병원에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평균 31명이고 최대 65명에 육박하는 곳도 있었다.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 당직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도 44%뿐.
실질적으로 환자와 접촉이 가장 많은 간호사도 1인당 평균 11.4명의 환자를 담당했다. 간호사 1명이 최대 47.1명을 돌보는 곳도 있었다.
○ 의료인 부족은 결박 오·남용으로 이어져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박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인권침해가 생길 뿐 아니라 화재 등 응급상황 때 대피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 대피시설 부실… 안전교육도 허술
복지부가 정한 요양병원의 복도와 대피통로는 폭이 최소 1.5m를 넘어야 한다. 휠체어 2대가 지나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안전 강화 조치를 4월 시행했다.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설치,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램프형 계단 설치, 바닥 턱 제거, 비상연락장치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현재 신설 병원에만 적용되고 있다. 기존 병원들도 내년 4월부터 적용을 받지만 예산 부족 탓에 시설이 갖춰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피통로가 막힐 경우 창문을 통해 탈출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얼굴도 내밀기 힘든 좁은 환기형 창문 또는 창문이 없는 통유리가 설치돼 사람이 빠져나가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창문을 깰 수 있는 도구가 병실에 비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화재 시 탈출 요령 등을 가르쳐주는 안전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A요양병원에 입원한 김모 씨는 “3년 동안 이 병원에 있었지만 한 번도 안전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설비를 의무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내용을 담은 ‘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은 현재 개정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안은 빠르면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유근형 noel@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