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요양병원 참사] 10년 넘게 대형사고 없는 美 요양시설 안전 비결은… 화재방지 체크리스트 83가지… 시설 종사자엔 맞춤형 소방훈련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안전을 강조하는 미국도 요양병원(Nursing Home) 화재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아픔을 겪었다. 미 연방정부와 소방당국은 이 사고의 철저한 원인 조사와 대비책을 마련하면서 10여 년간 유사 사고를 막는 미 소방사(史)의 분기점이 되었다.
뉴욕 시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코네티컷 주 하트퍼드 그린우드 요양원에서 2003년 2월 26일 불이 나 16명이 숨지고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거동이 불편한 치매환자 등 146명이 거주하는 이곳의 화재는 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원인은 한 환자가 라이터를 켰다가 침대 시트에 붙은 불이 급속도로 번진 탓이었다.
이례적으로 미 연방정부 감사국(GAO)은 그해 이 사건에 대한 ‘요양원 화재 안전시스템’ 특별보고서를 냈다. 요양병원에 대해 ‘자동 스프링클러’ 설치를 미뤄줬던 소방법의 개정을 권고했다. 또 국립화재방재협회(NFPA)와 함께 요양시설, 대규모 회의장, 종교시설, 기숙사 등 많은 인원이 모여 있는 곳에 대한 강력한 화재 안전기준을 미 정부에 요구했다.
노인시설 쇼핑몰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펼쳐지는 상시 훈련도 재앙을 막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22일 워싱턴 인근의 99가구 거주 노인전용 아파트에 대형 화재가 났으나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이 수습됐다.
이곳 아파트의 직원들은 ‘레이스(RACE)’라는 약자로 통하는 대응수칙을 매뉴얼대로 실천했다. 레이스는 R(Rescue·구조) A(Alert, Alarm·경보) C(Confine, Contain·억제) E(Extinguish, Evacuate·진압 및 대피)로 단계별 대응수칙을 적어놓은 것이다.
특히 각 지역 소방당국은 노인시설 등 의료 지원을 받아야 하는 곳의 직원들에게 별도의 훈련 실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witness@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