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총리후보 사퇴/정국 어떻게 되나]
“당분간 할 말이 없다.”
28일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전격 사퇴 소식을 접한 청와대 관계자의 첫 반응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멘붕(멘털 붕괴)’이라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안 후보자의 전격 사퇴를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데 대한 당혹감도 곳곳에서 묻어났다. “세월호 참사로 안대희 카드가 나왔다”고 언급한 청와대는 당분간 진로 설정을 놓고 고민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이 안 후보자의 낙마로 모두 엉켜버린 탓이다.
○ ‘국가 대개조’ 개혁 시작부터 흔들
하지만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의 임무를 부여받은 그가 역설적이게도 전관예우의 덫에 걸렸다. 관료사회 적폐 척결의 의지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대야 관계다. 박 대통령이 구상하는 국가 대개조를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을 포함해 각종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야권의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이 사사건건 제동을 걸고 나서면 국가 대개조 후속 조치는 표류할 수밖에 없다. 사회부총리제 신설, 국가안전처와 인사혁신처 설립, 해경 해체 등 일련의 발표가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야권과 핫라인이 없는 현 정부가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야권, 김기춘 비서실장 정조준
야권은 당장 안 전 후보자에 이어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가 보인 무기력과 무능력의 책임론에서 김 실장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안 전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 검증 실패의 최종 책임자도 김 실장이다. 다만 남 전 원장과 김장수 실장을 내치면서까지 김기춘 실장을 곁에 두고자 한 박 대통령이 ‘마지막 버팀목’까지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 실장의 사퇴와 함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비서관급에 대한 전면적 인적 쇄신 목소리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 검증의 실무 책임자인 홍경식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야당과의 막후 조율자인 박준우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쇄신 1순위로 꼽힌다. 후임 총리 인선과 내각 개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박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 없는 청와대부터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 지방선거 막판 표심에 최대 변수
지방선거를 엿새 앞두고 터진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여권은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거 막판에 대형 악재가 터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핵심 당직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며 “총리 인선 파문으로 야당 후보에 앞서는 지역에선 격차가 좁혀지고, 접전 지역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안 전 후보자의 낙마로 청와대의 인사 검증에 대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유권자의 실망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여권 지지층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칫 사사건건 여권의 발목만 잡는 야당의 모습이 부각될 경우 거센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핵심 당직자는 “악재도 호재도 없다. 우리는 계속 낮은 톤으로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