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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장성 요양병원 화재로 21명 사망… 국민들도 훈련하자

입력 | 2014-05-29 03:00:00

하루하루가 겁난다
서울 도곡역 지하철선 70代방화… “안전한 곳이 없어” 불안감 확산



안전지대 없는 대한민국


잇따른 참사로 대한민국이 패닉(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2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에서 난 화재로 21명이 숨졌다. 대부분 치매 노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었다. 병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경찰은 80대 치매 환자 김모 씨(82)를 유력한 방화 용의자로 지목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도 아찔한 사고가 이어졌다. 오전 10시 51분경 지하철 3호선 매봉역을 출발해 도곡역으로 진입하던 오금행 전동차 안에서 불이 났다.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은 승객 조모 씨(71)가 시너 11병과 부탄가스 4통 등 인화물질이 든 가방에 갑자기 불을 붙였다. 마침 같은 칸에 탔던 서울메트로 직원 권순중 씨(47)가 소화기를 꺼내 불을 껐고 다른 승객이 119에 신고하면서 초기 진화에 성공해 부상자는 1명에 그쳤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에 이어 2일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추돌, 26일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등 연이은 대형 재난에 국민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부 박혜진 씨(40)는 “무엇보다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가 위험한지 모른 채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장성=조종엽 jjj@donga.com / 이건혁 기자  

▼ 공중시설 점검하라 ▼

백화점-콘서트장 등도 안심 못해… 방화셔터-비상구 원점서 재점검을


28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 의류매장. 화재 때 불길과 연기를 차단하는 방화셔터 바로 아래에 마네킹들이 서 있었다. 식품매장 내 방화셔터 자리에는 아예 판매시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은 가수들의 콘서트 무대로 인기가 많다. 23∼25일 국내 최고 인기 남성그룹 ‘엑소’의 콘서트도 여기서 열렸다. 그러나 이곳은 전문 공연장이 아니다. 한번에 최대 1만5000명의 관객이 들어차지만 객석 측 출입구는 단 세 곳이다. 개방되는 문은 폭 3m짜리 7개뿐이다. 사고가 났을 때 탈출이 쉽지 않고 2차 사고마저 우려된다.

28일 둘러본 서울 도심의 한 요양병원 복도에는 각종 재활기구와 의료장비가 쌓여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부축을 받거나 휠체어를 이용해 대피할 때 장애물이 될 수 있다.

크고 화려한 디자인의 다중이용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고령화로 인해 요양시설이 급증하고 있지만 안전의식이나 정부의 점검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동호 인천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안전등급제를 도입해 이용객들이 안전한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제안했다.

김범석 bsism@donga.com·임희윤 기자  

▼ 국민들도 훈련하자 ▼

재난대피훈련 대부분 대충대충… 내 안전 지키려면 실전같이 해야


“불이야”를 외치고 비상벨을 누른다→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대피한다→물에 적신 담요나 수건으로 몸과 얼굴을 감싼다→연기가 많을 때는 낮은 자세로 이동한다….

소방방재청이 밝힌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정도야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시뻘건 불길과 매캐한 유독가스에 한 번이라도 맞닥뜨린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종이 속 요령이 몸에 배지 않은 탓이다.

방화 설비를 제대로 갖춰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미리 내용을 알려주고 실시하는 ‘친절한 훈련’은 진짜 재난 때 목숨을 위협하는 독이 된다. 방화셔터 스프링클러의 수와 작동 여부나 따지는 형식적 점검 대신 유독가스의 움직임과 속도, 대피자의 이동 속도를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짜 훈련을 해야 한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현실에서 개개인이 노력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일 수밖에 없다”며 “각자의 몸에 배지 않고서는 안전 매뉴얼이나 수칙은 절대로 지켜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성호starsky@donga.com·신광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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