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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동서남북]점점 혼탁해지는 강원도지사 선거… ‘그들만의 시계’는 거꾸로 가는 걸까

입력 | 2014-05-30 03:00:00


이인모·사회부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지사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가 극에 달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두 후보 진영은 연일 성명서를 통해 상대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상대의 약점을 맹공격하는 ‘정글의 법칙’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새누리당 최흥집,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후보는 강원도지사 자리를 놓고 피 말리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양 진영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수위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상대방을 두고 ‘몰상식’ ‘뻔뻔함’ ‘안하무인’ ‘후안무치’ ‘한심하다’는 등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해 동업자 정신마저 실종된 분위기다.

19일 새정치연합 강원도당은 최흥집 후보의 비전 선포를 겨냥해 “최문순 공약 베끼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강원도당은 21일 전날 열린 후보자 TV토론회를 문제 삼아 “최문순 후보가 근거 없는 주장과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으로 최흥집 후보 헐뜯기에 바빴다”고 맞받았다.

같은 날 새정치연합 도당은 최흥집 후보가 강원랜드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낮엔 도지사 후보, 밤엔 강원랜드 사장이냐”며 “선거 출마를 핑계로 경영 공백 상태의 강원랜드를 팽개치고 뛰쳐나온 행위는 세월호 선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22일에도 최흥집 후보를 ‘강원랜드를 망친 무능한 관피아’라고 재차 공격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도당은 “사실 확인도 않은 채 중상모략에 몰두하는 최문순 후보를 강력 규탄한다”며 반박했다. 또 “100억 원이 넘는 폭설 피해로 동해안 주민이 신음하고 있을 때 현직 도지사인 최문순 후보는 출판기념회(3월 1일)를 개최했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공방은 공무원 선거 개입 의혹 및 논문 표절과 관련해 절정으로 치달았다. 새누리당은 도청 고위 공무원이 자신의 카카오톡과 페이스북에 최문순 후보의 선거운동용 사진을 게시한 것과 관련해 연일 비난을 쏟아냈다. 28일에는 국회의원들이 김정삼 지사 권한 직무대행을 찾아가 해당 국장의 퇴출을 촉구했고 결국 대기발령 조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논문 표절은 새누리당이 선제공격을 했다가 호된 반격에 당한 꼴이 됐다. 25일 새누리당이 최문순 후보의 서울대 대학원 석사 논문의 표절 시비를 제기하자, 새정치연합은 27일 최흥집 후보의 강원대 대학원 석사 논문이 표절을 넘어 복사 수준이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이쯤 되면 진흙탕 싸움이라 할 만하다.

두 후보는 진장철 강원대 교수(정치외교학과)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볼썽사납다. 결국은 우리 정치 풍토가 좋은 쪽으로 진화하기보다는 퇴화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출마자들이 생활정치에 밀착한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이번 선거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모르지만 시민들에게는 많은 고민을 안겨줄 것이다.”

이인모·사회부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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