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사퇴 후폭풍] 여권 靑개편 불가피론 확산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인사 책임론에 휩싸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 사진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새정치민주연합은 김 실장을 정조준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사퇴 불가피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김 실장도 주변에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김 실장의 사의를 두 차례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여권 내에선 이번엔 김 실장의 사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 김 실장 사퇴 가능성 커져
야당은 이런 김 실장을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 출범 2년차가 되도록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검증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라고 강조했다.
여권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전면적이고 철저한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김 실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친박(친박근혜) 주류는 김 실장이 충실하게 박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당청 관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점과, 김 실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들어 김 실장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러나 이번 안대희 낙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못하는 분위기다.
○ 지방선거 이후 청와대 전면 개편 가능성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 불거진 모든 악재에 대한 책임을 털고 가는 차원에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책임론이 한껏 고조된 상황에서 떠밀리듯 떠나기보다는 새 총리 인선 작업 등을 마무리한 뒤 자신의 결단에 의해 거취를 정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 실장은 여권 핵심부 인사들에게 자신의 향후 거취를 정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이미 두 차례 사의를 밝혔지만 박 대통령이 만류할 정도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올해 초 장남이 불의의 사고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입원해 있는 상황에서도 김 실장은 공선사후(公先私後)를 강조하며 업무를 챙겨 왔다. 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은 사심이 없고 박 대통령의 뜻을 충직하게 이행하고 있어 어느 누구보다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며 “김 실장이 물러나려면 대통령의 가슴 아픈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의 이런 비중을 감안할 때 그가 물러난다면 수석들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의 대대적인 개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