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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의 숨은 서울찾기]연희 문학창작촌

입력 | 2014-05-30 03:00:00

집필실과 마당… 소나무 숲 산책로 가만가만 거닐다보면 詩心이 절로




시민참여 야외 공연도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 문학창작촌’ 내 야외무대 ‘열림’에서 마련된 공연 모습. 작가들의 시·소설 낭독회 및 작가들의 작품에 곡을 붙여 노래하고 연주하는 음악회 등 다양한 무대가 열리는 공간이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적한 주택가. 평범한 가정집 대문들 사이로 한글 조각들이 새겨진 독특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담한 ‘문학촌’이 펼쳐진다. “작가의 손은 살아 있는 영혼이며, 우주이고, 불멸이다.” 그 입구에 소설 ‘은교’의 작가 박범신이 ‘작가의 손’을 예찬하며 쓴 글이 관람객을 먼저 맞는다. 글귀 옆에는 은희경, 신경림, 신달자 등 한국 문학을 빛낸 작가 102명의 핸드 프린팅이 자리 잡고 있다. ‘연희 문학창작촌’의 풍경이다.

연희 문학창작촌은 2009년 11월 문을 열었다. 4개 동의 기와건물에 국내외 작가들의 집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집필실에 직접 들어갈 순 없지만 작은 소나무 숲 사이에 놓인 나무계단, 돌계단을 지나 산책로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동선이 떠오른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마당 곳곳에는 자석으로 만들어진 단어 조각들이 놓여 있다. 숲 속 벤치에 앉아 흩어진 단어 조각을 이어 붙여 문장을 완성하다 보면 마치 시인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집필실을 지나면 ‘문학 미디어랩’이 나온다. 넓진 않지만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한 시집과 소설책, DVD 등 8400여 종의 문학 콘텐츠를 갖춘 곳이다. 누구나 한 구절쯤 외우고 있는 스테디셀러 시집부터 갓 출간된 신간까지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위해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한다. 무료.

문학창작촌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작은 야외무대에서 분기별로 열리는 ‘연희 목요 낭독극장’이 대표적이다. 작가들에게는 창작콘텐츠 발표 기회를 주고, 시민들은 이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단순히 작가들이 작품만 낭독하는 게 아니라 문학과 음악, 무용, 연극이 만나는 실험적인 공연들이 펼쳐진다. 다음 달 13일에는 ‘문학, 번지다’라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문인들이 애장품을 판매해 어린이 환자들을 돕는 ‘부끄 부끄 부띠끄’ 프리마켓을 마련한다.

문학창작촌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8번 출구로 나와 버스 7612번, 7739번을 탄 뒤 연희A지구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문의 02-324-4600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