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兪, 대역 노출시키고 제3장소로?

입력 | 2014-05-31 03:00:00

檢 포위망 좁혀오자 ‘교란작전’




검경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이 도피용으로 사용했던 EF쏘나타 승용차를 전북 전주에 버린 것은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한 고도의 ‘교란작전’으로 보고 있다.

○ “추적 혼선 주려 전주에 승용차 버렸다”


이 승용차는 당초 유 전 회장의 측근 추모 씨(60·구속)가 19일 오후 9시 반 순천의 한 자동차공업사에서 빌려간 것이다. 추 씨는 자동차공업사 사장 A 씨(56)에게 “친구가 서울에서 내려와 차량이 필요하다”며 빌렸다. 추 씨가 지칭한 친구는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양회정 씨(56·지명수배)다.

25일 오전 3시경 검경 추적팀이 유 전 회장의 은신처인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을 덮치기 직전에 유 전 회장과 양 씨가 이 차량을 타고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 별장 급습 5시간쯤 뒤인 25일 오전 8시 16분 전주에 이 차량이 나타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검경의 추적이 턱밑까지 왔다고 여긴 유 전 회장 일행은 추적팀을 따돌리기 위해 지능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순천 별장에서 차량이 발견된 전주 D장례식장까지는 110km 거리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D장례식장은 순천∼완주 고속도로를 타고 북상하다 동전주 나들목(IC)으로 빠져나오면 가까운 곳에 있다. 그러나 승용차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없었다.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이 지역에서 한밤에 라이트를 켜고 이동하는 것은 추적망에 노출되는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멀리 이동하기보다는 별장 인근을 벗어나자마자 유 전 회장을 제3의 장소로 먼저 피신시킨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이후 동이 트자 고속도로를 이용해 일부러 순천과는 거리가 있는 전주까지 간 뒤 승용차를 버려 검경에 혼선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 돕는 신도 많아 추적 장기화 우려

수배된 양회정씨

D장례식장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상복 차림의 여성이 운전석에서, 긴팔 흰셔츠 차림에 모자 쓴 남성이 조수석에서 내린다. 문상객처럼 위장한 것이다. 160cm 남짓한 키에 고령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다리를 절기도 했다. 이들은 장례식장 입구로 들어오는 척하다 돌아선 뒤 주차장 입구로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이들은 주차장에서 다른 차량으로 갈아탄 뒤 다시 유 전 회장과 합류했거나, 합류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장례식장을 빠져나가는 양 씨를 추적하면 유 전 회장을 검거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금수원 관리직원으로 오랫동안 유 전 회장을 보좌해온 양 씨가 유 전 회장의 도피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양 씨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명수배자란 사실을 발표하면서 얼굴 사진도 공개했다.

일각에서는 D장례식장에 승용차를 버릴 때 유 전 회장과 체격이 비슷한 양 씨가 유 전 회장처럼 위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 씨는 키 160cm 정도의 왜소한 체격에 반백발이다. 얼핏 보면 키 165cm에 백발인 유 전 회장과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다.

검찰은 30일에도 유 전 회장이 순천과 인근 지역에 은신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집중수색을 벌였다. 특히 순천 송치재 별장을 벗어난 뒤 구례군 쪽의 산장에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 일대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을 돕고 있는 또 다른 구원파 신도들이 있는 것으로 보여 유 전 회장 추적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유 전 회장이 순천이나 전주가 아닌 전혀 다른 지역으로 벗어났을 경우 추적 작업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인천=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순천=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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