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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100가지 사진과 이야기에 담긴 ‘비틀스 오브제’

입력 | 2014-05-31 03:00:00

◇비틀즈 100/브라이언 사우설 지음·고영탁 외 옮김/260쪽·2만2000원·아트북스




존 레넌이 즐겨 탔다는 오토바이와 미국 투어 당시 비틀스 멤버들이 사용했던 항공사 수화물 태그, 비틀스 헤어스타일을 만들어 보는 자석 머리카락 게임기(왼쪽부터)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는 비틀스가 쓰고, 만들고, 사랑했던 물건이 가득하다. 아트북스 제공

비틀스 팬 사이에도 아마 등급이 있지 않을까? 모든 음반을 구입하고 레퍼토리를 줄줄 꿰는 이부터 그들에 대한 저작까지 섭렵한 이들, 그리고 비틀스가 나고 자라서 공연한 곳을 순례하듯 여행하는 이들까지….

비틀스 ‘팬심’이 최소 중간 이상은 되는 이들이라면 더 흥미롭게 읽을 책이다. 비틀스와 관련된 물건 100가지의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화려한 무대 뒤편 그들의 일상에 한 걸음 다가선 느낌이다.

조지 해리슨이 연주하던 중고 기타나 특이한 생김새 덕분에 ‘바이올린 기타’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폴 매카트니의 베이스 기타, 링고 스타의 드럼 세트 같은 악기는 기본. 브릿팝의 미국 침공을 알린 ‘설리번 쇼’ 입장권, 독일 클럽에서 공연하던 시절의 급여 명세서나 독일 취업비자에 이르면 ‘딱정벌레들’이라는 이름의 이 4인조 밴드가 남긴 유산이 얼마나 방대한지 실감하게 된다.

역설적이지만 이 책의 재미는 사소한 오브제를 다룬 대목에서 더 커진다. 비틀스 헤어스타일을 철가루와 자석 막대로 재현해보는 게임기, 미국 투어 당시 멤버의 이름을 각각 인쇄한 항공사 수화물 태그에 이르면 ‘이런 것까지 수집하는 사람이 있단 말야?’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실제 가격은 어마어마할 비틀스 컬렉션을 소장한 것 같은 기분은 이 책이 선사하는 보너스다. 비틀스의 앨범을 내온 EMI 언론담당 이사 출신으로 30년간 비틀스 멤버들을 지켜봐온 저자가 풀어놓는 뒷얘기도 구수하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