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 똥장수/신규환 지음/328쪽·1만7500원·푸른역사
하수관과 분뇨처리 시설이 미비했던 당시 똥장수는 베이징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4000∼5000명에 이르렀던 이들은 대부분 산둥 성 출신의 가난한 이주민이었지만 분뇨수집창고인 ‘분창’을 소유한 자본가부터 분뇨 수거구역인 ‘분도’를 소유한 중간층, 분창에 예속된 저임금 노동자였던 일반 똥장수까지 계층 분화가 이뤄져 있었다.
문제는 상습적으로 임금 체불을 겪은 일반 똥장수들이 수입을 충당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수고료를 높여 받고, 이를 들어 주지 않으면 태업을 하면서 발생했다.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시 정부는 분뇨수거업을 공영화하는 개혁안을 내놓는다.
20세기 초 베이징 도시 하층민의 삶을 들여다보는 자료로서도 유용하지만 종종 위정자가 의도치 않은 결과로 귀결되곤 하는 개혁과 혁명의 아이러니한 속성을 파악하는 데도 손색이 없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