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주최로 ‘국가안전처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려면’이라는 주제로 열린 좌담회. 왼쪽부터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김용빈 단국대 교수, 김병기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안광찬 단국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임흥빈 단국대 자연과학대 교수, 이평규 서울시비상기획관, 주충근 서울메트로비상계획처장, 박계호 단국대국가위기관리연구소 사무국장. 사진 단국대 제공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죽전로 단국대 국가위기관리연구소(소장 안광찬) 주최로 열린 '국가안전처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려면'이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좌담회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장을 지낸 안 소장의 사회로 김병기 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정찬권 한국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 이평규 서울시비상기획관, 주충근 서울메트로 비상계획처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가안전처를 창설하고 장관급을 수장으로 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소방·해양 등 복합적 기능의 지휘통합 문제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기능조정 △예산 법령의 보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반복적인 불시 대피 훈련을 통해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빈 단국대 공공인재대학 교수는 "세월호 같은 사고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컨트롤타워'라는 청와대 발표가 문제됐는데 역시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본다"며 "다만 대통령이 모두 컨트롤하기 어려워 재난위기는 앞으로 국무총리실, 국가안전처가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계호 단국대 위기관리연구소 사무국장은 "세월호 사고에서 인력과 장비 동원이 늦어져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앞으론 사고 유형에 맞는 태스크포스(TF)팀을 즉시 현장에 파견해 복구주체가 되도록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TF팀에는 분야별 전문가뿐 아니라 희생자 가족보호팀, 대국민 공보전문가, 법률전문가 등도 포함시키는 한편 정부 종합상황실과 현장이 실시간 교류할 수 있게 통신수단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평규 비상기획관은 "에너지 금융 수송 통신 등 국가적 위기 때는 국가안전처에서 주무를 맡겠지만, 경미한 재난은 지자체가 맡는 게 바람직하다"며 "지자체가 맡을 경우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인력이나 예산지원 규모와 업무범위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장에서 항목에 없다는 이유로 재원을 쓰지 못할 때가 많은데 현장에서 재량권을 갖고 예비비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찬권 위원은 "재난관리도 국가의 기간평가 성적에 반영하고 3D분야인 재난관리 공무원에게 승진이나 보직에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흥빈 단국대 교수는 "시설이 부서진 것은 복구하면 되지만 전문 인력 양성은 10년 이상 걸린다"며 "재난 전문인력 양성도 국가안전처가 중요하게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차원에서 재난안전교육기관을 만들거나 과거 세무대학처럼 정부가 민간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재난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주충근 서울메트로 비상계획처장은 "매뉴얼도 중요하지만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 기관별로 반복 훈련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불시훈련이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도곡역 화재 때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위력을 발휘했다"며 "사전에 카카오톡이나 밴드 등에 안전담당자들이 방재망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관은 "초등학생부터 재난교육을 실시해 어려서부터 안전을 생활화해야 한다"며 "9·11때 모건스탠리의 안전전문가가 전 직원을 거의 다 안전하게 대피시킨 것은 평소 대피훈련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 유형별로 행동요령이 담겨있는 '안전디딤돌' 앱을 깔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용인=윤양섭 전문기자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