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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임종체험… 몸으로 배우는 ‘안전’

입력 | 2014-06-02 03:00:00

[안전이 경쟁력이다]<5>대우조선해양의 특별한 교육




지난달 29일 경남 거제시 거제대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안전교육장에서 교육 대상자들이 스스로 시나리오를 쓴 안전체험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악마가 속삭인다.

“이 사람아, 안전벨트가 무슨 소용이야. 그냥 빨리하고 일찍 퇴근해.”

이 말을 듣던 대충사원이 보호장비를 착용하라는 왕 반장의 지적에 볼멘소리를 낸다.

“다치면 내가 다치지, 반장님이 다칩니까? 그런 거 신경쓰다 일은 언제 끝냅니까?”

이어지는 천사의 조언.

“안돼요! 무엇보다 안전을 지켜야죠.”

왕 반장과 천사의 계속된 설득에 대충사원은 결국 잘못을 뉘우치고 안전수칙을 따르기로 마음먹는다.

지난달 29일 경남 거제시 거제대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의 안전교육장에서 공연된 연극 ‘왕반장의 선택’이다. 10분 남짓의 이 연극에는 왕 반장, 모범사원, 대충사원, 악마, 천사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배우는 현재 옥포조선소에서 현장 관리감독직을 맡고 있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이었다.

○ 지난해는 임종체험, 올해는 체험연극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0월까지 총 47차례에 걸쳐 자사 및 협력업체 현장 관리감독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16시간씩의 안전교육을 시행한다. 올해 교육프로그램 중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이 바로 안전체험연극이다.

29일 열린 24차 교육에서 대상자 64명은 ‘왕반장의 선택’ ‘이순신과 라이프라인’ 등 직접 시나리오를 쓴 6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시나리오는 단순하고 연기는 서툴렀지만 실제 작업장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과 대사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한 출연자는 연극이 끝난 뒤 “안전에 대한 글을 직접 쓰고 연기까지 하다 보니 아주 사소한 안전수칙이라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안전공무팀의 홍지운 차장은 “안전사고의 88%가 설비 문제가 아닌 잠깐의 방심으로 인한 불안정한 행동 때문에 발생한다”며 “머리가 아닌 몸으로 안전의식을 체화할 수 있게 참여형, 체험형 교육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같은 교육에서는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있었다. 교육 대상자들은 관 속에 3∼5분간 들어가 촛불에 비친 자신의 영정사진을 보고 유언장도 낭독하면서 안전사고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했다.

대우조선해양 HSE(보건·안전·환경) 추진팀장인 서형균 상무는 “예전엔 규제 중심이었던 안전관리가 3, 4년 전부터는 스스로 안전수칙을 지키는 ‘자율안전’으로 변화했고 최근에는 동료들의 안전까지 능동적으로 돕는 ‘감성안전’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 셰브론이 인정한 최고 안전사업장

대우조선해양의 안전관리를 책임지는 HSE 추진팀에는 모두 38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전 사업장 임직원 3만6000여 명의 1%가 넘는 인원이다. 이들은 사업장 안전관리 부문에만 매년 400억∼500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

2012년 말∼지난해 초 옥포조선소에서 연이어 3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HSE 추진팀은 지난해 3월 혁신안전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TF팀은 1년간 활동하면서 안전관리를 개인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11대 핵심 전략과제를 만들었다. 회사는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3일 미국 에너지기업 셰브론으로부터 ‘2013 세계 최고 안전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서 상무는 “현장 작업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안전은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슴속에 뿌리내려야 한다”며 “6월부터는 미국 안전컨설팅 회사 JMJ에 의뢰해 경영진 40명을 대상으로 한 안전관리 코칭 교육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거제=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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